김청환 사회부 기자

김청환 사회부 기자 chk@hk.co.kr

최근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검사는 두 명이다. 피살된 재력가 송모(67)씨의 장부에 드러난 A 검사와 골프장 음식점 여주인에게 상품권을 받은 B 검사(본보 22일자 8면▶ 바로가기)이다. 그러나 진행상황은 정반대다. 한 명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고, 한 명은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사표가 수리돼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차이점을 꼽으라면 전자는 언론에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고, 후자는 5월 사표를 수리해 징계가 중단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B 검사 사건에 대해 기자가 최근 정보를 접하고 취재에 나서자, 대검 감찰본부는 수많은 해명을 내놓았다. 음식점 여주인에게서 100만원 정도의 상품권을 받았으나, 연수 가기 전 장도금 성격이라서 경징계 사유라는 등의 설명이다. B 검사와 여주인, 해당 골프장 대표의 관계에서 비위 의혹이 있다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돼 감찰에 들어갔지만 대검은 계좌ㆍ통화추적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도 않고 결론을 내렸다. B 검사는 해당 골프장 대표가 피고인으로 있는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했고, 마침 그 골프장 내부자가 금품을 준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들은 감찰 중단으로 묻히고 말았다.

더 심각한 것은 기자에게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대검의 뉘앙스였다. 외부에 알려지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이함이 우려스러웠다. 만약 송씨의 장부에 검사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언론취재로 밝혀지지 않았다면 A 검사의 비위 의혹도 묻혔을지 모를 일이다.

검찰은 A 검사는 수수의혹 금액이 2,000만원 가량이고, B 검사는 100만원 정도여서 차이가 크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수사도 해보지도 않고 100만원으로 확정한 것과, 수사를 모두 진행해 100만원으로 밝혀진 것은 다르다. 더구나 액수가 적다고 해서 청렴성을 요구하는 공직자에게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이처럼 쉬쉬한 채 내부의 치부를 덮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빨리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 훈령 143호는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해 내사 중인 때’ 의원면직(사표 수리)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지만, 중징계에 해당할 경우로 단서를 달고 있다. 내부적으로 “경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니, 외부에서는 비위의혹이 있었다는 것조차 알 수 없다.

추상 같아야 할 법 집행기관인 검찰이 검사에게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실망감을 넘어 검찰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게 하고 있다. A 검사에 대한 수사 지시도, B 검사에 대한 사표 수리도 김진태 총장의 승인이 있었다. 김진태 총장은 평소 사자성어를 즐겨 쓰는데, ‘필신기독(必愼其獨ㆍ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감)’이란 유가의 가르침도 유념하는 것이 어떨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정 앞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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