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억수르’를 본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합니다. 첫 방송을 탔던 13일 ‘만수르’ 였던 코너 이름이 일주일 만에 바뀐 건데요. 보통 시청자들 반응이 좋지 않을 때 이름이나 출연진을 교체하는 경우는 있지만 방송에 나가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코너였던 지라 이름 교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지난주 한국석유공사 측이 개콘 제작진에 연락을 했습니다. 공사 측은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이자 부총리인 만수르(본명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의 이름을 코미디 소재로 삼은 것이 외교적 결례가 될 우려가 있는데다, 현재 UAE에서 진행 중인 대형 유전 개발, 원전 수출, 건설 프로젝트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개콘 인기코너 '억수르'의 한 장면.

UAE는 세계 6위 석유 매장국(추정 매장량 1,00억 배럴)으로 우리 정부는 UAE 유전에 상당히 공을 들였고, 전 세계 누비며 떠들썩했던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자원 외교 중 그나마 성과를 기대할 만한 곳은 UAE가 유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석유공사는 UAE의 3개 미개발 유전(육상 광구 2개, 해상 유전 1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40%(석유공사 34%, GS에너지 6%)를 가지고 UAE 측과 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기름을 생산 중인 1개 광구에 대한 사업 운영권 입찰에 참여해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됐고, 올해 말 최종 협상 대상자를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혹시 UAE 수뇌부 이름을 연상시키는 코미디가 한국에서 방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디로 불똥이 튈 지 모른다는 게 공사 측 우려입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4월 UAE 순방 때 만수르 부총리를 만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을 만큼 UAE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며 “그런데 중동은 왕족 등 실력자의 말 한마디에 이미 결정된 정책도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이유 때문에 UAE에 원전 수출을 진행 중인 한국전력이나 대기업 건설 계열사들도 개그콘서트를 보며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특히 해당 코너가 만수르 부총리의 개인 재산 200억 파운드(약 34조원) 규모를 꼬집자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는 국제석유투자회사(IPIC) 사장이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 FC 구단주이기도 합니다.

코너 이름이 일주일 만에 바뀌자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의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제작진에게 설명을 했다”며 ‘읍소’라는 단어까지 썼습니다. 개콘 측은 “UAE나 만수르 부총리 측에서는 어떤 반응도 없었지만 석유공사 입장을 감안해 이름을 바꾼 것은 맞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만일 만수르 부총리가 한국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전해 듣는다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만수르’란 코너 이름에 화를 낼 정도의 유머감각 소유자라면, 과연 ‘억수르’로 바꾼다고 해서 감정이 가라앉을까요.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뉴스A/S▶개콘 '억수르' 대체 어떤 코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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