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실천하는 사람들] (6)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통일 코디네이터 학교'

12명씩 매주 조별 만남, 서로의 장점 찾고 관계 맺기 나서

"통일 한국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 코디네이터 3000명 양성 목표

각계 전문가들이 18일 통일운동 시민단체인 '새조위' 사무실에서 탈북주민들과 함께 통일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받고 있다. 통일에 앞서 남북 주민 통합에 기여할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교육과정에는 남북 출신 주민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주민이 2만6,000명을 넘고 있지만 탈북주민의 주류사회 편입은 여전히 요원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착금과 ‘새터민’이라는 비차별적 이름에도 불구하고 탈북주민이 겪는 물질적ㆍ정신적 고통과 혼란은 여전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도 어색하기만 하다. 남과 북이 아직은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주민의 불통을 정부차원에서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일운동 시민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은 이런 고민 속에서 남북 주민간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1988년 출범 이후 탈북자 지원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는 새조위는 최근 우리 사회 각계 전문가를 탈북자와 연계시켜 주는 ‘통일 코디네이터’프로그램으로 제도와 영토의 통합에 앞서 ‘사람의 통합’을 실천하고 있다.

남북 주민 반반의 ‘예비 코디’상대로 주1회 교육

18일 오후7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 새조위 강의실에 모인 남북 주민 20여명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만발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0일 시작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통일 코디네이터’교육은 이날로 5회째지만 아직 서로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조명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원종(51)씨는 “강의가 2시간에 불과해 조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워 일부러 30분 일찍 왔다”며 “참여하는 분들 경력이 다양한데다 탈북 주민들을 만난 건 처음이라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일 코디네이터는 통일을 대비해 남북 주민 통합에 기여할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북한에서 식당 사업을 꿈꾸는 탈북자에게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연결시키고 북한 부동산 사업에 관심있는 남한 부동산업자에게는 관련 분야에 정통한 탈북자를 연결시켜 통일을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탈북자와 남한 전문가 12명씩 모두 24명으로 구성된 코디네이터 1기는 6명씩 4개 조로 나눠 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강의 주제는‘심리상담을 통한 통일 코디네이터 되기’다. 이질적인 체제 속에서 생활해온 남북 주민들이 심리상담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파악하고 관계를 맺는 법을 터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새조위 한지영 과장은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회의인 ‘생활총화’가 몸에 밴 북한 주민들은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이 낯설 수밖에 없다”며 “통일 이후 남북 주민 간 소통이 원활해지려면 비판보다는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는 데서부터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 프로그램이 필수”라고 말했다.

복지ㆍ상담ㆍ법률 분야에서 통일시대 기여하고파

통일 후 혼란이 예상되는 분야가 다양한 만큼 예비 통일 코디네이터들의 목표도 각양각색이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김순희(64ㆍ가명)씨는 사회복지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2003년 탈북한 김씨는 소외된 계층을 위한 복지, 특히 노인복지를 눈여겨 보았다. 김씨는 “북한에서 나이 드신 분들은 여가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어 장마당에 우두커니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집 구석에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남북한 노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복지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조에 있는 계인숙(62)씨로부터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계씨가 경기도청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만큼 아무래도 지자체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계씨 역시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김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전문 변호사인 김범구(45)씨는 통일시대에 달라진 법 때문에 혼란스러워할 주민들을 위한 법률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김씨는 “통일 헌법이 제정되면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법률도 바뀌는데 그로 인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며 “남북 사회를 지속적으로 비교 연구해 통일 이후 법률 변화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경기 광명에서 동남아 이주민에게 그들의 모국과 다른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해시키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상담사인 임송(42ㆍ가명)씨는 주민통합 상담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 탈북한 임씨는 현재 탈북 주민의 병원 이용과 취업 등을 도와주는 상담을 하고 있는데 현재 경력을 살려 통일 이후에는 남북 주민 모두의 사회 적응을 돕는 전문상담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통일코디네이터 3,000명 양성 목표

문을 연 지 한 달 남짓인 통일 코디네이터 학교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남북 분단 70년 세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교육과정도 심화시켜야 하고 50~60대 위주인 교육생 연령도 다양화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새조위는 24명으로 출발한 통일코디네이터를 3,000명 이상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9개 도와 남한의 17개 광역시도에 코디네이터를 최소 100명 이상 파견해야 화합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디네이터 학교 운영을 총괄하는 서재진 교장(전 통일연구원장)은 “교육과정은 12주로 끝나지만 수료생들은 선배기수로 남아 지속적으로 모여 토론을 통해 통일시대에 통합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며 “그렇게 쌓은 기반이 통일 한국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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