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입석 금지 제도가 시행 이틀 만에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졸속 행정이라는 것이죠. 특히 시민들은 제도의 이면을 비꼰 ‘광역버스 입석 금지의 효과’라는 만화(▶만화 바로보기)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9컷으로 구성된 만화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효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더러워서 차 사고 만다”(내수시장 활성화), “집값 올랐다며?”(서울지역 부동산경기 부양), “앞뒤가 똑 같은 대리좌석”(신 직종 좌석점유 대행 서비스 탄생), 쉬고 있는 관광버스 활용, 택시 이용승객 증가 등. 결국 만화는 입석 금지가 안전 대책이 아니라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창조경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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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로 가는 통근버스에 탑승해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공무원 모습. 2013년 1월. 세종=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부처 공무원들은 1~2년 전부터 “버스” 하면 치를 떨고 있습니다. 매일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을 오가는 통근버스 말입니다. 꼼짝없이 앉아있다 보면 목부터 발끝까지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고 ‘통증버스’, 2시간 동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부활버스’라고 불립니다.

일각에선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세종 통근버스를 매일 타고 다니는 공무원들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장 대책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얼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매일 44~54대가 운영되는 통근버스는 입석 절대 금지입니다. 2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리니 당연한 조치겠죠. 더구나 2좌석당 1명이 앉는 게 불문율입니다. 조금 늦어서 옆에 끼어 앉으려고 하면 빈 좌석에 놓인 자기 짐을 보란 듯이 강조하거나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시선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세종시 출퇴근 '고생길'.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로 가는 통근버스를 타는 환경부 직원.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공무원들은 “1년 넘게 탔는데도 장거리 출퇴근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효과들이 차차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들 합니다.

입석 금지 만화 식으로 풀면 이렇습니다. “더러워서 세종에 월세 구하고 만다”(부동산경기 부양) “김 과장 또 병원 갔어?”(통증치료 위한 의료비 지출로 경기 부양), “목 베개, 무릎담요, 백팩 구입은 필수”(소비 증진), 쉬고 있는 관광버스 활용, KTX 이용 증가 등. 시민들만큼 공무원들도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는 푸념도 담겼습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앞 주차장에 15일 서울과 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이 타고 온 통근버스가 주차돼 있다. 이 통근버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세종시와 수도권을 왕복 운행한다. 연합뉴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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