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복주택사업’이 올해 드디어 정식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총 2만6,000호의 사업을 승인하고 4,000호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16일 밝힌겁니다. 도심 내 철도부지나 공기업보유지를 활용,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활발한 계층의 주거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사업의 주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행복주택을 바라보는 느낌이 복잡한 것 같습니다. 현재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인 가운데, 주요 공기업들과 함께 부채과다 중점관리 기관으로 선정돼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사업승인이 이뤄지는 2만6,000호 가운데, 80%인 2만1,000호를 맡고, 앞으로 2017년까지 진행될 총 14만호의 물량 대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자칫 부채가 늘거나 감소폭이 둔화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LH 구성원들의 몫이 되는 것이죠. 지난해 말 LH의 부채비율은 367%에 달했습니다.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하나인 경기도 안산시 고잔지구 조감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제로 건축비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23개 지구 1만6,000호)에서 LH의 부담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행복주택사업비용 조달 구성은 ▦정부지원 30% ▦건설자금 융자 40% ▦입주자 전세금 40%입니다. 이 가운데 시행자인 LH는 보통 건설자금 융자금만 부담합니다. 하지만 정부지원 규모가 3.3㎡ 당 659만원을 기준(최대 45㎡)으로 삼아 최대 2,700만원까지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지조성 비용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이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죠. 자연스레 차액은 LH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시에서 부담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한 LH관계자는 “물량이 1만호나 되는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 지방 광역시의 경우, 딱히 뾰족한 수는 없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LH의 이런 속내는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임대주택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타당성이나 효율성 보다는 치적 쌓기 식의 무리한 시행이 많았고 그만큼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연구에선 국민임대주택을 한 가구 건설할 때마다 약 1억원에 가까운 부채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행복주택은 이전 보금자리주택 등과 달리 도심 내부에 거주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교적 젊은 계층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존재가치를 감안한다면 LH의 말하지 못하는 속앓이에 정부가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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