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명동자산관리플라자. 세무사, 변호사, 자산관리전문가가 상주하는 이곳에서 난데없는 치매, 피부질환을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다. 강사는 이병철 자연으로한의원 원장, 청중은 40~60대 남녀 30여명이었다. 은퇴설계에 관심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국민은행의 은퇴설계 브랜드 KB골든라이프의 테마 강좌 ‘KB골든라이프 데이’ 행사다.

저금리 장기화로 고성장기 관행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게 된 은행권이 차세대 동력으로 은퇴설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은행 등이 은퇴설계 전문 브랜드를 발표하는 등 은행들이 은퇴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높은 금리 덕분에 은퇴상품의 이름을 내걸지 않아도 은행의 정기예금 중심으로 움직이던 은퇴설계 시장은 은행권의 사업 모델이 불분명한 가운데 연금상품 중심의 보험사와 적립식펀드 중심의 증권사가 주도해 왔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이미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둬 은퇴 관련 수요는 늘고 있지만 금융 서비스는 아직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 은행들의 은퇴설계 영업은 일방적인 상품 제시보다 은퇴 준비의 절실함을 고객과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2012년 9월 은퇴설계 브랜드 KB골든라이프를 론칭한 국민은행의 경우 법률, 음악, 건강 등 윤택한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비재무적 요소의 테마 강의를 각 자산관리센터 지점별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3일 명동 자산관리플라자에서 열린 건강 강좌는 17일에도 이어진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70여개의 미래설계센터를 열고 은퇴설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증권에서 2010년 은퇴설계연구소 설립 이후 줄곧 연구소장을 맡아 왔던 김진영 센터장을 책임자로 영입했다. 신한은행도 차별화된 은퇴상품 연구와 더불어 재무와 교양 강좌를 종합한 은퇴교육 프로그램인 ‘부부 은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100쌍의 40~60대 부부 고객을 대상으로 4월 12일에는 영화, 6월 20일에는 건강을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됐다.

그밖에 우리은행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20~30대의 젊은 세대까지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종합적인 은퇴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이전의 은퇴설계가 생활비를 책임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은퇴 이후 삶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저금리 장기화로 고성장기 관행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게 된 은행권이 차세대 동력으로 은퇴설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은행 등이 은퇴설계 전문 브랜드를 발표하는 등 은행들이 은퇴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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