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한성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법정 근로시간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주당 4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 시행해 온 결과 1992년에 비해 연 500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단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0년 노사정위원회는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합의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해 주당 최대 68시간의 실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침을 2012년 1월 30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올 2월부터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노사정 대표자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지금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은 여야와 노사정 대표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 52시간에 추가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주장하며, 시행방법도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통상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합해 주 52시간만을 인정하고, 다만 이를 위반할 경우 한시적으로 처벌을 유예하는 안을 지지한다.

노사정 대표 중 사용자측 위원은 현재의 낮은 생산성과 경직돼 있는 노동법제 환경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노동계측 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 및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평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합한 초과 근로시간의 상한을 주 12시간으로 제한하되 예외적으로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권고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이처럼 관계자들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조만간 여야 합의를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논의의 핵심은 근로시간이 줄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근로자의 복지가 향상되는 선순환이 작동하는가에 대한 실제 증거가 존재하는가이다. 그렇지만 이런 증거는 없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근로자측과 인건비 상승 및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사용자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대립만 지속된다면 결국 국가가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정책적 판단만이 문제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의 상관관계를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생산성이 높을수록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독일의 경우 그리스에 비해 근로시간이 상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오히려 70% 정도 높은 것은 짧은 근로시간에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로시간과 생산성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유념할 점은 짧은 근로시간이 높은 노동생산성을 유인하는 결정요인이 아니라 상승된 노동생산성이 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전문 숙련기술자들이 필요한 대기업이나 대기업과의 도급ㆍ위탁거래로 성장해온 중견 중소기업 등 대체인력을 적시에 투입하기 곤란한 업종의 경우 인건비 부담 가중과 시장상황의 변동에 따른 생산물량 증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영상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또 근로자들이 받는 총액 임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전문기술직보다 비정규직 적합 업종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지향하는 가치가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또 하나의 규제이며 특히 시기상조라면 도입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정부규제는 한번 도입되면 쉽게 고칠 수 없는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제때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우리 경제체질의 진화와 산업경쟁력의 강화, 좋은 일자리 창출 및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규제개혁의 일차적 전략은 기업의 자율과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이는데 있다. 근로시간 단축정책은 선언적 입법으로 제정하고, 한시적으로 노사자율 규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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