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 지연과 ‘관피아’ 논란 등의 여파로 정부 및 공공부문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한국일보 보도(6월30일자 1면)에 따르면 18개 경제부처(6부 10청 2위원회)에서만 1급 및 국장급 직책 20개가 공석 중이다. 공공기관은 더욱 어수선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 5~6개 기관장이 수개월째 공석이고, 해양환경관리공단처럼 임기 만료된 기관장이 어정쩡하게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고위급 인사 적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누적돼왔다. 그러나 최근엔 자칫 국정 무기력증까지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18개 경제부처 고위공무원 공석률은 해당 고위공무원단 정원 대비 5.3% 수준이다. 대개 정책관이나 심의관 등 ‘2선 직책’이 빈 경우가 많아서 당장 일이 돌아가지 못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업무 공백의 여파는 유관 국장과 과장급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이나 종합교통정책관 등의 공석은 호남선 KTX 건설이나 수서발 KTX 업무, 광역버스 입석 해소 등 주요 현안의 추진 동력을 크게 이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장 공석 및 후임 인사 지연 역시 기관 정상화 개혁 분위기를 크게 해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엔 이 정도 문제는 개각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소될 수도 있었다. 장관이 정해지면 각 부처 고위급 인사가 단행되고, 고위공무원 퇴직자들이 공공기관장이나 민간으로 이동하는 순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장관이 임명돼도 주요 국장급 이상 인사는 청와대가 쥐고 있어 부처 단위의 신속한 인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고위공무원들의 ‘용퇴’ 혈로가 막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양쪽의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 동맥경화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만연한 인사 적체가 전반적인 국정 무기력증을 일으키기 전에 문제를 풀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각이 조속히 마무리 돼야 한다. 일단 총리의 유임이 결정된 만큼, 청와대는 낙마가 예상되는 장관 후보자들 문제를 신속히 정리하고, 개각 후 인사를 촉진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피아 적폐를 이유로 고위공무원 재취업을 원천 봉쇄하는 건 전문인력의 재활용 측면에서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다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가 추진돼야 한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