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4단 5년째 병영바둑교실 구슬땀

"패배 인정하며 소통 관심병사에게도 좋아요"

“선생님 사랑해요.” 이다혜 4단이 강의를 마치고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군부대 바둑보급 활동이 예산 부족으로 크게 위축돼 안타까웠는데 올해 다시 정부예산이 지원돼 병영바둑교실을 늘려나갈 수 있게 됐다니 무척 기쁩니다.”

이다혜(29) 4단은 2009년 시작한 군부대 바둑보급사업 원년 멤버다. 지난 수년간 황금 같은 주말을 고스란히 병영바둑교실에 바쳤다. 요즘 출강하는 부대는 철원의 한 포병부대와 국민대 학군단 두 군데다. 국민대는 매주 금요일, 철원엔 토요일에 나간다. 특히 토요일엔 새벽 6시에 일어나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오전 9시30분께 부대에 도착해 3시간 동안 바둑 강의를 한 뒤 점심 먹고 곧바로 되짚어 집에 돌아오면 어느덧 오후 다섯 시가 넘는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죠.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요즘은 보람을 더 많이 느껴요. 단수도 몰랐던 병사들이 점차 바둑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교육에 참여해 두어 달 만에 드디어 한 판의 바둑을 완성하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제가 오히려 가슴 뿌듯했던 적도 많아요.”

한국기원은 지난 5년 동안 전국 30여 군부대에 병영바둑교실을 개설, 연인원 2만여 명의 병사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건전한 취미활동과 인성교육에 효과가 있다며 육해공을 망라해 전국 각급 부대에서 바둑교실 개설 요청이 쇄도했다.

“병영바둑교실 개설에 적극적인 부대장님들은 모두들 군부대 바둑교육의 효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세요. 어떤 분은 바둑이 승패가 분명하다는 걸 큰 장점으로 꼽더군요.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자신의 부족함을 남이나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바둑을 배우면 자신의 패배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다음 승부에 대비해 열심히 노력하는 습관을 길러 준다며 바둑예찬론을 펴시더군요.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관심병사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바둑교육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바둑교실 참여자 중에 처음엔 동료들과 아무런 대화도 없이 수업시간 내내 혼자서 물끄러미 바둑판만 내려다보던 병사가 있었는데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바둑에 점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제게 질문을 하고 답변도 하면서 훨씬 밝은 표정으로 주변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서 무척 기뻤습니다.”

병영바둑교실 운영에는 강사료와 교통비를 포함해서 대충 월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 동안 한국기원과 프로기사회가 자체예산으로 연 1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충당해왔지만 2, 3년 전부터 예산부족으로 점차 폐지 또는 중단돼 한때 전국에 20개가 넘었던 병영바둑교실이 지금은 8개 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는 정부예산 2억5,000여만원이 지원돼 하반기에 군부대 바둑보급사업이 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다혜는 군부대바둑 보급 외에 한라대와 한국외대에서 교양바둑 강좌를 맡고 있다. 두 곳 모두 2학점 짜리 정규과목이다.

“대학이나 군대나 똑같이 요즘 젊은이들이 바둑을 정말 몰라요.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 설문조사를 했더니 수강생의 90% 이상이 바둑 둘 줄 모르는 건 물론이고 이창호, 이세돌, 조훈현이 누군지 전혀 모르더군요. 평생 바둑 속에서 살아온 제게는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이들이 바둑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가까이 접할 기회가 없어서 모르고 지냈을 뿐이죠. 오히려 바둑을 이해하고 익히는 속도는 어린이들보다 훨씬 빨라요. 젊은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바둑 보급 활동이 더욱 강력하게 전개돼야 한다는 얘기죠.”

이다혜는 2000년 입단, 2006년에는 여류명인전에서 준우승 했다. 한국외대 일어과를 거쳐 2012년 대학원에 입학, 이번 학기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일본문학작품에 나타난 바둑이야기를 주제로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1년 동료기사 백지희와 함께 발간한 젊은이 대상 바둑교재 ‘장인어른 따라잡기’가 완전 매진됐고 영어번역본이 미국에서도 많이 읽혀 8월에는 미국바둑협회가 주최하는 ‘티처스 워크숍’에서 바둑교수법을 강의할 예정이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