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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흔드는 정치권의 오만

입력
2014.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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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진보냐 보수냐가 상대적인 것처럼, 한 나라의 제도가 중앙집권화되었는가, 분권화되었는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며 중도를 견지하고자 하는 교육자는 진보 편에서 보면 보수이고 보수 편에서 보면 진보다.

교육정책은 그 내용과 방식에 따라서 ‘수월성’과 ‘평등성’, ‘효율성’과 ‘자율다양성’이라는 서로 갈등하는 4가지 가치의 조합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교육정책이 수월성을 추구한다거나 반대로 평등성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어느 학교 급이고, 어떤 영역의 교육정책인가에 따라서 추구해야 할 가치의 조합이 다 달라야 하며 교육정책 추진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영재교육 정책을 주로 ‘평등성’의 잣대로 딴지걸거나 교육복지정책을 ‘수월성’을 준거로 비판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정교한 교육정책과 섬세한 정책추진을 원한다면 분권화가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야 할 길이다. 특히 교육정책의 이해당사자가 매우 폭 넓고 다양하며, 우리와 같이 뜨거운 교육수요자를 보유한 경우에는 더더욱 교육자치는 포기할 수 없는 제도이다.

그런데 교육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사반세기가 되었으나 지방선거 때만 되면 돈선거, 깜깜이선거 등을 이유로 교육자치를 흔들려는 담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엔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키려는 정치권의 논의를 넘어 교육의 권한을 중앙으로 집중하고, 교육자치를 폐기하자는 교원단체까지 등장해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가 야기한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직접선거를 하는 경우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더 깜깜했던 선거는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자치의원을 뽑는 선거였다는 유권자들의 하소연이 더 많았고, 관련 기사나 칼럼도 많았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주민이 그 후보자의 공약과 인간됨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자주 미디어에 노출돼 많이 본 얼굴이고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을 뿐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말고,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워버리는 게 옳을까.

때마침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전년보다 한 단계 떨어진 21위로 발표했다. 체코와 같았다. EIU의 민주주의 지수는 선거과정,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자유 등 5개 부문을 평가한 뒤 평균을 내 국가별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한국은 선거과정(9.17), 시민자유(8.53)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정부기능(7.86), 정치문화(7.50), 정치참여(7.22)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얻었다.

교육자치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나, 자본주의처럼 더 나은 제도를 구안하기 전까지는 가꾸고 키워야 할 제도라고 본다. 교육계도 무턱대고 교육의 특수성만 내세우거나, 교육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의 대립구도를 벗어 던질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교육계가 변화에 저항하기 위해 교육의 특수성을 과대 포장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성장세대가 살아갈 미래사회의 잣대로 몸에 밴 교육관행을 돌아봐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일반의 관점을 적극 접목해 버릴 것은 버리고 융합할 것은 융합해야 한다.

정치권은 혼란한 틈을 타서 무작정 밀어붙이려 할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와 필요를 더 잘 담아내고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국민들에게 내놓고 밤샘토론이라도 해야 한다. 해묵은 임명제를 만지작거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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