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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책임감 있게 개혁해야

입력
2014.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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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6ㆍ4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하면 바로 교육감 선거 결과다.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2010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5곳의 진보 교육감이 모두 재선됐고 8곳이 새롭게 추가됐다. 전국이 진보 교육감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쪽으로 표심이 확실히 기울었던 이유는 일반 유권자로서가 아닌 ‘부모’에게 준 세월호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컸던 탓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와 교육당국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고 난 직후 지역의 교육 권력을 교체할 기회가 주어지자 적극적 선택에 나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 ‘깜깜이 선거’라고 했지만, 전국적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유권자들이 인물과 정책을 꼼꼼히 살폈다는 증거다. 어린 생명들이 눈앞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먼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들의 행복을 더 이상 유보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내건 핵심 공약의 방향은 경쟁 교육의 완화요 보편교육의 질적 확대, 학생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각성된 부모들이 희망하는 교육의 방향과 진보 교육감들이 내건 공약의 방향이 이번 선거에서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까지는 진보 교육감이 소수였기 때문에 망가진 교육의 책임을 정부와 교육당국에 묻는 위치에 있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진보의 교육 가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평가받는 위치에 서게 됐다. 더 이상 교육의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 수가 없게 됐다.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이다. 앞으로 4년은 간선 교육감 시절부터 수십 년간 보수적 교육 가치가 지배해 온 대한민국 교육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은 5ㆍ31 교육개혁 이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5ㆍ31 교육개혁에 교육수요자의 학습권 및 선택권 확대라는 시대 변화의 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경쟁과 효율만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입시경쟁 교육은 극대화했고 사교육비는 유례없이 치솟았다. 오로지 남을 밟고 앞지르는 경쟁만을 부추겨 학생들의 행복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도 준비해주지 못했다. 미래 사회는 개인이 혼자 잘해서 성취하는 시대가 아니다. 협력과 상생, 공감과 소통 능력이 사회적 부를 창출한다. 진보 교육감들은 5ㆍ31 교육개혁을 대체할 새로운 교육 비전과 철학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제시하고 이를 현장 교육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실현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서열화한 대학체제와 대학입시제도, 학벌중심 사회로 인한 비정상의 초ㆍ중등 교육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도 과제다. 진보 교육감들은 대학입시를 관장하는 대학교육협의회와의 적극적 협의 의사를 밝히고,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등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아무리 초ㆍ중등 교육 강화에 힘쓴다 한들 명문대 입학 경쟁, 학벌 취득의 필요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한 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이런 문제의식은 정확하다. 다만 교육감 권한 바깥의 영역에 어떻게 접근하고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는 국민을 설득하는 힘을 얼마나 갖느냐에 달려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문제도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보수 정부 아래서 새롭게 임명될 교육부 수장과의 조율, 지지표를 던진 유권자 이상으로 많은 지역민들에 대한 설득, 전임 교육감이 추진해 온 정책들의 처리 과정 등에서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등이다. 소통과 상생의 가치를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이라면 표방하는 교육가치 이상으로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월호 이전의 구습, 구태에서 거듭나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에서 지금의 진보 교육감들이 탄생했다. 그 뜻을 반드시 실현하는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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