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회부 남상욱기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집시다. 검찰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고, 오직 국민의 편입니다”

지난해 12월 2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와 관련해 정권과 대치하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물러난 후, 검찰조직을 추스를 ‘깐깐한 원칙주의자’로서 김 총장에 거는 기대는 컸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김진태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정권을 위한 서비스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9일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에 대해 내린 결론부터 보자. 고발된 여당 의원과 국정원 인사 등 10명 중 9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일하게 기소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도 고작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였다. “국가 기밀을 불법으로 빼내서 선거나 개인 목적에 따라 누설을 해도 500만원 벌금만 내면 된다”는 비아냥이 벌써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 내에 정식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묵살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앞서 똑같은 대화록인데도 참여정부의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때는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공공기록물이어서 담당공직자가 아니었던 의원들은 기소할 수 없다고 한다. 검찰이 ‘맞춤형 법’을 골라서 적용하는 바람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유력한 여당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과 ‘친박’의 핵심인 권영세 대사 등이다.

시간을 더 돌려보자. 검찰은 올 초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법조계가 적용 가능하다고 인정한 국보법상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고 형량이 낮은 형법을 적용했다. 특별법(국보법)은 형법보다 우선이라는 기본 원칙조차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다. 검찰은 “(피고인 유우성씨가) 북한에 들어갔다고 굳게 믿고 위조했다면 전혀 없는 허위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조작한 날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변했으나, 궤변에 가깝다. 또 국정원이 피의자를 6개월간 불법 감금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했으나, 검찰은“문제 없다”고 상고했다.

증거조작의 윗선을 밝히지 못한 것이야 노력만으로 안 된다 쳐도, 법 적용 왜곡과 피의자의 인권까지 외면하는 검찰을 이해할 수 없다. 이유를 찾자면 정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만난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이 정작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에서 법대로 한 적이 얼마나 있는지 따져보라”고 했다. 물론 지금도 밤낮으로 수사에 매진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이 듣는다면 펄쩍 뛸 이야기지만, 이런 젊은 검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바로 검찰 수뇌부인지 모른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명예와 자존을 지키는 당당한 검찰로 거듭나자”는 말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 총장에겐 1년 6개월 가량의 임기가 남아 있다.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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