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

남상욱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2010-05-19 (한국일보)

남상욱 사회부 기자

“보도된 내용이 맞으면 ‘맞다. 앞으로 바꿔나갈 테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하던가. 그게 아니면 ‘사실이 아니다. 혹은 실상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을 해주던가. 그냥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있으니,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한국일보가 ‘법무부의 편법 겸임 발령’의 문제점을 보도한 후 타 언론사의 동료기자가 들려준 말이다. ‘법무부가 일반 행정직 직원들을 실제 근무도 하지 않는 일선 검찰청 수사관으로 겸직 인사를 내고 월급을 10만~30만원씩 더 지급을 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을 법무부에 확인을 한 직후였다. 그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법무부가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의 지적에 ‘반론 설명’이나 ‘해명 자료’를 발 빠르게 제공해 대응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법무부가 왜 이런지 알면 설명 좀 해달라”는 기자도 있었다. “기다리라고 해 놓고 아직까지 말이 없다”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법무부가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왜 그럴까. 법무부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없이 ‘소나기나 피해보자’는 심산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조용해지겠지’라는 무책임, ‘고작해야 월급 몇 십 만원 더 주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안일함이 침묵의 이유였을 것이다. 괜한 대응으로 문제를 확산시킬 이유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과 함께 언론의 지적 정도는 침묵으로 뭉갤 수 있다는 거만함도 더해졌을 것이다.

이러는 사이 이번 달에도 귀한 국민의 세금은 엉뚱한 공무원들 호주머니로 가고 있다. 1년이면 수억원이 낭비되는데, 별도 수당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세금을 축내는지는 감사원 등의 조사가 있어야 알 수 있다.

기다려달라고 했다면,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잘못된 것인 줄 스스로 뻔히 알면서도 그리고 즉각 개선할 수 있는데도 고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현 정부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편법적인 내부의 세금 횡령조차 개선의 의지가 없는 법무부가 남의 일에, 국민들의 일에서는 법치를 강조한다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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