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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악기와 컴퓨터의 만남... 그 음향의 감흥 일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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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악기와 컴퓨터의 만남... 그 음향의 감흥 일품이죠"

입력
2014.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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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에 있는 48채널의 믹싱 콘솔 앞에서. 홍인기기자 ikhong@hk.co.kr
서울대 음대에 있는 48채널의 믹싱 콘솔 앞에서. 홍인기기자 ikhong@hk.co.kr

8년 동안 전자 음악 강의

2017년 독일 귀국 예정

"4막 오페라 '어린 왕자'

총지휘자로 9월 초연

독어와 한국어 버전 준비

칸타타 새 경지 펼칠 것"

그의 명함에는 조선 시대 민화 같은 문자도(文字圖)가 있어 우선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활동 중 알게 된 한국의 디자이너 김용구씨가 디자인해 준 ‘광야’라는 글자다. 자기 성씨(Breitenfeld)를 한국어로 직역한 것이다.

“수줍어 하던 한국 학생들이 1년쯤 지나 낯이 익자 매우 친해지더군요.” 롤란트 브라이텐펠트(61ㆍ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 2006년부터 이 대학 음대에서 전자 음악과 컴퓨터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그에게 깊숙이 각인된 한국은 그것뿐 아니다. 장고, 가야금, 해금 등 한국의 전통 악기들도 그에게는 컴퓨터에 입력시켜 전자적 음향으로 출력시키는 친근한 대상이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1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펼쳐졌던 아울로스 목관 5중주단의 콘서트에서는 이 실내악단의 위촉곡 ‘Where, How Shall We Meet Again?’이 초연됐다. 한국의 전통 음률이 서양의 현대 음악적 어법과 교묘하게 얽혀 들며 자아내는 감흥이 일품이었다.“한국의 전통 음악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곡을 지었죠. 서울의 건축이나 조각품을 위한 작품도 여럿 있어요.”가야금 주자인 서울대 이지영 교수가 펼쳤던 ‘다름슈타트에서 음악극을 만나다’에서 전자 음향 콘트롤러를 조작했던 사람도 그였다.

“강석희 선생은 자신의 독창적인 목소리(his own voice)를 갖고 있는 분이다. 아시아적 요소와 유럽적 요소를 적절히 융합해 빚어 올린 그의 작픔은 현대 음악의 새로운 경지다.” 최근 강씨의 ‘부루’ 등 가야금과 컴퓨터 음악을 위한 무대, ‘세계적 작곡가 강석희 팔순 기념 헌정 음악회 ­ 한테라의 가야금 ‘Revelation’’을 현대미술관과 서울대학교미술관 등지에서 선보였다. 그의 음향은 세월호 참사로 콘서트가 줄초상 나는 가운데 진보적 순수 예술의 의미를 새삼 일깨웠다.

현재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소재로 만들고 있는 4막 오페라 ‘어린 왕자’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각별하다. 독어와 한국어 버전으로 준비중인 이 작품은 오는 9월 서울오페라하우스에서 전막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6월에는 서울대 독문과 전영애 교수의 가사 작업으로 문래아트센터에서 한국어 초연된다. 자신이 예술 감독으로 모든 사항을 총지휘하는 자리다.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동시 공연하는 대편성의 무대에는 해설자를 포함해 모두 13명의 성악가들이 출연, 칸타타의 새 경지를 펼칠 전망이다. “제가 즐겨 쓰는 타악의 비중 커요. 화려한 비디오 영상도 볼만해요.”

서울대 미술관에서 공연 중인 한테라. 서울대 미술관 제공
서울대 미술관에서 공연 중인 한테라. 서울대 미술관 제공

독일 태생인 그는 원래 독일의 전자 음악 앙상블 Protectionitive Freiburg 이끌었다.-오는 7월이면 독일로 돌아가 합창곡 ‘Schula Heidelberg’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12명의 성악가와 자신의 실시간 전자 음악이 빚어낼 무대다.

음악이 실제로 연주되는 장소와의 연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의 비현실적 음악은 매우 구체적 예술이 된다. 프랑스의 산골 마을 풀뒤(Pouldu)나 한국의 헤이리 등은 그가 사랑하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돈웅의 설치 미술과 함께 파이프 오르간, 타악 그리고 당연히 그의 라이브 전자 음악이 빚어 올린 ‘헤이리 뷰직’ 역시 같은 범주다. 엄밀히 말해 그에게는 한국 악기도, 서양 악기도 동등한 재료다. 그러나 한국의 연주자나 전통 음악적 소재를 적극 내세우는 작품들에서 그는 한국과의 친밀함을 고백하는 셈이다.

독일서는 유명한 리코더 주자인 부인 루그리트를 비롯해 세 아들은 모두 프라이부르크에 살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서울대 음대 시청각실에서 펼친 연주회에서는 부인이 건너와 협연하기도 했다. 그의 웹사이트(www.brienfeld-net.de)는 영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 버전으로 돼 있다. ‘Hangug / Korean Version’이라는 배너가 시선을 끈다. 요즘 그는 독일의 서정 시인 라이너 쿤체가 쓴 새 시집 ‘한국을 노래하다’를 탐독중이다. 2017년, 그는 귀국한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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