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철수 안 한다던 안철수 대표가 실제 철수했다."(심재철 최고위원) "청와대까지 찾아가서 쇼를 벌이더니,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기만했다."(정우택 최고위원)

새누리당 지도부가 10일 기초선거 공천으로 회귀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퍼붓는 비난의 칼날이 여간 서슬퍼런 게 아니다.

"안 대표의 아마추어리즘, 독불장군식 리더십은 국민에게 다시금 실망감을 안겨줄 것" (홍문종 사무총장) "정치철학이니 소신이니 해서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제왕적, 권위주의적 당 지도부의 모습"(최경환 원내대표)이라는 등 기다렸다는 듯 독설의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당 지도부가 청맹과니가 아니라면 이런 비난이 나올 수 없다. 지난 2012년 대선 여야 후보 모두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을 내세웠다. 중앙정치의 시녀가 된 지방자치의 족쇄를 풀어주고 정당공천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고는 먼저 약속을 깨뜨리고 야당을 코너에 몰아붙인 게 바로 새누리당이다. 불과 10일 전엔 최 원내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는 "차라리 역량을 갖춘 지역 일꾼을 공천해 새누리당과 정정당당 경쟁할 의향이 없는지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께 묻고 싶다"(함진규 대변인)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새누리당이 야당의 공천 회군에 대해 온갖 수식을 다 동원해 비난하는 건 무엇인가. 채근담에 '이단공단(以短攻短)'이란 말이 있다. 우리 속담으로 말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뜻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딱 그 짝이다. 우리 정치의 격을 너무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닌가.

강주형 정치부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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