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형제복지원 사태는 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유린으로 보건복지부 담당이다, 안전행정부는 (과거사와 관련해) 소관 부처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맡는다"(안행부 관계자)

최근 발의된 형제복지원 사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논란 끝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아닌 보건복지위원회로 배정(본보 8일자 10면)된 데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안행부의 '선 긋기'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별법 제정 입법청원 때만 해도 안행위를 소관 상임위로 배정했던 국회 의안과는 안행부의 적극적인 '선 긋기'로 정작 발의된 법안 심사는 복지위에 맡겼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지 우려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에 대한 논란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 있다. 복지위 배정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부도덕한 개인이 운영한 복지 시설에서 벌어진 사적인 범죄로 본다는 의미다. 반면 공권력이 개입된 국가 차원의 인권 유린으로 본다면 안행위가 맡는 것이 적절하다.

국가의 책임과 개입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형제복지원 사태의 출발은 내무부(안행부 전신) 훈령 410호다. 부랑인 강제수용 근거를 담은 훈령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공무원, 경찰을 동원해 일반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형제복지원에 보냈다. 1986년 경찰과 구청 의뢰로 수용된 피해자만 각각 3,117명, 253명에 달한다.

인권 유린에 대해 야당 국회의원들이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일부 시설에선 각목을 든 직원들이 막아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정권의 '뒤봐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별법이 복지위에 배정된 상황에선 피해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과정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행위에 배정돼야 안행부의 지휘로 경찰과 부산시의 당시 자료를 뒤져 진상 규명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

피해자들은 단지 보상받기 위해 아픈 과거를 공개하는 게 아니다. 길을 잃어 파출소를 찾은 아홉살 소년이 왜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가족과 생이별해야 했는지, 멀쩡했던 아버지가 어떻게 형제복지원을 거쳐 정신병원에 가게 됐는지, 그 진상을 알기 원하는 것이다.

국가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라면 안행부는 물론이고 특별법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들, 상임위 재회부권한을 가진 국회의장도 움직여야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정승임 사회부 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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