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만든 건 최근입니다. 우리 군에게 소형 무인기 탐지 능력이 아직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책임 추궁보다 향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민석 대변인은 최근 북한제 추정 소형 무인항공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무너진 책임을 군 수뇌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탐지 수단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다짜고짜 문책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동ㆍ서 군사 요충지 상공을 '초보 무인기'가 유유히 휘저을 동안 군 당국은 과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북한 인민군 정찰총국이 중국 등에서 초경량 무인기 엔진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는 첩보를 우리 군이 입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0년 10월이다.

지금 운영 중인 레이더는 소형 무인기를 포착할 수 없다고 치자. 북한 무인기가 지난 5개월 동안 3차례 추락할 정도면 그간 얼마나 많은 무인기가 동ㆍ서부 전선의 비무장지대를 제 집 인양 뻔질나게 드나들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군이 정찰 위성을 통해 북한 지역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감청으로 북측 동향도 파악 가능하다고 호언했던 자신감은 무엇인가. 천문학적 자금을 들인 정보자산으로 그동안 한번도 감청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인가. 아니면 이에 대한 정보를 포착하고도 허술히 흘려버린 정보 무능이 청와대가 뚫린 원인은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이 무인기 개발에 공을 들인다는 사실을 군이 인지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그런데도 군은 지금까지 무인기를 도발 수단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한국 군이 마련한 '국지도발 대비계획'에서도 무인기에 의한 공격은 누락됐다. 30여개 시나리오가 상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명백한 정보 판단 부재다.

결과적으로 북한 무인기 방호는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셈이라고 해야 맞다. 나태하고 안이한 인식이 한 몫을 한 게 눈에 선한데도 경계 실패의 총체적 원인 분석을 위한 전면 점검도, 감찰 얘기도 국방부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상공이 뚫린 사안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군 수뇌부도 없다. 국방부는 레이더 탓만 하면서 최첨단 무기만 찾고 있을 뿐이다.

7일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 질책도 이번 일로 놀란 국민들을 다독이려는 '쇼'일 뿐 실제 문책 신호는 아니라는 게 군의 해석이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4일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방공망 붕괴 사태를 제2의 1ㆍ21 무장공비 사태(1968년)라고까지 표현했다. 불가피론으로 면피에만 급급한 이런 군대를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권경성 정치부 기자 ficciones@hk.co.kr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