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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특성화, ‘융합’이 핵심이다

입력
2014.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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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대학가에 엄청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2023년까지 16만 명의 입학정원이 감축되고, 상당수의 대학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환경적 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고, 특성화 계획은 갑작스러운 고등교육 생태계의 붕괴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부의 계획 이면에는 대학 정원 감축 문제뿐만 아니라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른 대학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또 다른 문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학과체제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기 위한 창조경제와 융합적인 지식서비스가 강조되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의 구조조정 계획과 대학 특성화 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해 대학교육을 융합지식 서비스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목표가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정원 감축에만 있다면 교육부의 정원 감축 조치로 외형적인 사회적 효율성은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공급하는 대학 기능의 질적 수준 저하는 명약관화하며, 이에 따른 기회비용의 상실은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융합 지식서비스 창출 및 공급이라는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당면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명확한 구상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식정보사회이다.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 창조성에 기반을 둔 ‘1인 창조기업’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융합 지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학의 기능과 역할 변화는 필수적이다. 또한, 이와 같은 역할 변화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토대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번 정부의 ‘정부3.0’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미래의 인재는 다양성과 소통 그리고 융합에 기반을 둔 지식서비스 제공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얼마 전 변호사나 의사 등 전통적인 직업군이 아니라 경영지도사 자격증 소지가가 미래유망직업 1위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부의 구조조정 및 특성화 계획과 관련하여, 최근 일부 대학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학과를 통합하여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고자 한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에 복수전공이나 연계전공 등과 같은 형태로 학문 분야 간 연계가 이루어진 경우는 있어 왔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이라는 이질적인 학문 분야 간의 자발적인 통합은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에서 유망 특성화된 새로운 학문 분야는 학제 간 장벽을 허물뿐만 아니라 ‘융합 지식서비스 창출 및 제공’을 위해 어학능력 등 국제적 감각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동시에 사회과학적 분석력과 통찰력을 지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본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조는 연결’이라고 하였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창조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제 간 융합과 연계를 통해 대학의 기능을 융합지식서비스 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융합학과들이 대학의 새로운 모범사례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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