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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3월 15일] '효도하는 새정치' 기대한다

입력
2014.03.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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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우롱한 기초연금, 노여움 쌓이는데 정쟁(政爭)만." 그제 한국일보 6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이어 '7월부터 월 20만원 기대, 저소득층 노인 원망 쏟아져. 여야 "네 탓" 여론몰이로, 지방선거 활용 계산 바빠'라는 제목이 나와있다. 참으로 절실한 얘기다. 기사는 "여야 정치권이 정략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하루바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ㆍ여당이 내놓은 기초연금 방안에 민주당이 흔쾌히 합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현재 새정치 약속을 내걸고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을 처음 발표하면서 양측은 '지방선거 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내놓았다. 새정치의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만간 통합신당을 태동시킨다는데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정치적 결단으로 기초연금 해법을 내놓았으면 한다.

국민들이 기초연금 문제를 '정쟁'으로만 보는 이유는 명백하다.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돼있었고, 그래서 크게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자칫 '아예 없었던 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일반인이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차이는 간단하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저소득층 70%가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다. 민주당은 모든 70% 노인에게 지급하자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소득수준에 따라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자는 것이다. 차등지급을 위한 기준을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하자는 것이어서, 국민연금을 일정액 이상으로 받는 경우 비율에 따라 기초연금 수령액이 1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얘기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노후를 보장하자는 데 여야가 다를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국민연금은 스스로 적립했던 돈을 노후에 되돌려 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정부가 복지정책 일환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노후생활의 수입은 자신이 준비했던 국민연금과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기초연금)을 합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이나 국가 복지정책의 차원이니 한쪽이 많아지면 다른 쪽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본인이 낸 액수보다 많은 돈을 그것도 물가에 연동하여 예산으로 지급하니 사실상의 복지보조금이라고 보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 주장은 유럽스타일이고, 새누리당 인식은 미국스타일쯤 되겠다. 하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선 얼마를 내고(연금납입액과 세금 등), 얼마를 받느냐(국민연금과 기초연금)가 관심사일 뿐이다. 국회에서 정부청사에서 양측이 어떠한 논리와 근거로 싸우는지는 관심 밖이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치가 필요한 것이며, 타협 양보 절충이라는 결단을 국민은 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의 입장에 공감한다. 양측의 주장대로 시행됐을 경우 얼마나 많은 노인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을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당초 정치권 모두가 약속했던 대로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이 제대로 지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드리려고 거짓말한 새누리당, 많이 드리려고 싸우는 민주당'보다 '기초연금 시간 끌기 NO! 어르신들 하루가 급합니다'는 구호가 더 마음에 와서 닿기도 한다.

타협 양보 절충의 정치적 결단을 통합신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적 민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 사족을 덧붙인다면, 통합신당이 "기초연금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결단을 내렸을 때 6ㆍ4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평행선 정쟁'이 계속된다면 정부ㆍ여당도 비난을 받겠지만, 통합신당이 지게 되는 부담도 작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기초연금을 깎자는 여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효도하는 정치가 새정치"라고 말했다. 통합신당 출범과 함께 '진짜 효도하는 진짜 새정치'를 보았으면 한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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