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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2월 15일] 춤과 노래, 미래의 먹거리

입력
2014.0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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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특히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며, 뽕짝 수준의 가요에 약간의 애정을 갖고 있을 정도다. K-Pop과 같은 TV프로들은 젊은이나 보는 것이라고 치부하며 외면해 왔는데, 최근 새로운 자세로 시청하게 됐다. 30세 전후의 자녀와 조카들 덕분이다.

음악과 노래에 불현듯 새로운 관심과 열정이 생겨서가 아니다. 얼마 전 주말저녁 그들과 TV채널 다툼을 하게 됐는데, 옆에 있던 7080 동세대 형제가 무심코 던졌던 말이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혹시 알아? 비틀즈 그룹이 영국을 먹여 살렸던 것처럼 저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니 관심을 갖고 살라는 핀잔이었을 게다. 마지못해 대꾸한 것이라곤 "그래,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흥을 돋워 노래하고 춤추는 데는 세계 최고"라는 공감표시였다. 하지만 왜 비틀즈가 영국의 경제를 부흥시켰다고 말하는지 알 지 못했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몰래 인터넷과 서점을 뒤지다가 이란 책(김우정 지음ㆍ2008년 북카라반 펴냄)을 찾았다. 정치와 사회에만 관심이 빠져있던 터라 무심했던 것이지, 많은 이들이 잘 아는 내용인 듯했다. 1960년대 비틀즈가 벌어들인 돈이 침체에 허덕이던 영국경제를 되살렸다고 할 만큼 그들이 창출한 경제효과는 지대했다. 1970년 공식적으로 그룹이 해체되기까지 7년간 활동하면서 그들이 내놓은 음반은 미국에서만 1억600만 장, 전 세계적으로 10억 장 이상이 판매됐다. 음반매출액만 14억 달러(약 135조 원)에 이른다. 2008년 한국정부 예산은 256조원이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음반매출액의 90% 이상을 떼어갔기 때문에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 정도를 비틀즈 음반을 통해 충당했다는 계산이다. 비틀즈가 1960년대 영국에서 일으킨 사회문화적 가치는 별도의 혜택이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벌어들이고 있는 저작권 수익은 계산하지 않았다.

저자는 비슷한 맥락에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의 경제효과를 언급하면서 그가 창출한 '매출액'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제대로 계산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또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는 그들의 음반만으로 그 동안 스텔스 전폭기 60대를 구입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저자는 우리의 와 등도 거론하며 향후 '놀이의 경제적 가치'를 전망했는데, 만약 그가 새롭게 증보판을 낸다면 싸이의 역시 중요한 내용으로 추가했을 것이다.

다시 K-Pop 프로 등에 나오는 젊고 어린 출연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실로 우리 미래의 먹거리를 저들이 한 몫 해결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넋을 놓고 시청하고,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평론가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랐다고 탄성을 지르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잘 하고, 잘 할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환경이다. '할 일은 안 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란 편협한 인식에서 일단 벗어나야겠다. 우리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 윗 세대로부터 받았던 '눈총'들이 이미 우리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새로운 흐름이 이미 우리 주변에 들어차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오래 전부터 엔터테인먼트(미국)나 콘텐츠(일본), 창조(영국), 창의(중국) 등의 이름으로 놀이와 예술의 경제적 부가가치 확대를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추구해오고 있다.

노래와 춤이 전부가 아닌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잘 하는 것, 태생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경제적 효용으로 극대화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 보인다. 정치와 사회 쪽으로만 기울였던 관심들을 조금 다양화하면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해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세대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한 고백이며, 이러한 '깨달음'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다.

정병진 주필 bjjub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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