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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2일] DMZ 평화공원에 종합병원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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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2일] DMZ 평화공원에 종합병원을 짓자

입력
2013.12.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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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간에 상호 신뢰의 기틀을 마련하고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려던 개성공단 사업이 오히려 우리의 목줄을 옥조이거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가동이라는 힘든 출발을 통하여 어느 정도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는 북한의 내부 사정과 우리 사회 내의 다양한 생각이 갈등이라는 사회적 형식으로 표출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하였다. 남북한 상호간에 신뢰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실현가능한 일이고 국제 사회로 부터도 환영받을 일이다.

불행한 역사의 상흔을 안고 있는 버려졌던 땅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한반도의 유일한 장소로 바뀌었다. 이런 곳에 평화공원이 조성 된다면 많은 학술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화해의 중심이 될 수도 있게 된다. 관광 열차, 버스 같은 제한된 공간 내에서나마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역사의 상처와 자연스럽게 형성된 원시림과 같은 삼림과 동식물을 구경할 수 있겠다는 성급한 야무진 꿈도 꾸어 본다.

그동안 남과 북 사이에는 여러 형태의 교류가 실질적으로 많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의료지원에 있어선 너무도 다양한 종교 단체 또는 비정부적 사회단체(NGO)가 경쟁적으로 혹은 전시적으로 이를 추진했다. 그 결과, 무분별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사업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이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접하지 못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태까지 생겼다. 지나치고 성급한 형태의 사업과 일회성 의료 지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우려와 회의적 시각이 싹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번의 국내 또는 해외 의료봉사를 경험한 필자는 아직도 단발성이고 일회성인 의료 봉사의 효과에 대하여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내게 진료 받고 치료받은 환자들이 불이익은 없었겠지만 의사의 양심과 의학적 기준에 비추어 치료효과가 과연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의료 행위는 초기 진단에 따른 치료 이후 효과 평가와 추적 조사, 그리고 치료 결과 평가에 따른 새로운 추가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만 진정한 양질의 진료 행위가 된다. 이러한 의료적 특성을 고려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양질의 의료지원을 위하여 평화공원 내에 북한 주민들이 전용으로, 항시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 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우리가 주도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위하여 정말 제대로 된 진료를 실시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비정부기구 단체들의 협조를 구하는 형식을 갖춘다면 의료가 취약한 북한 동포들에게 실효적인 의료시혜가 이루어 질수 있게 된다.

종합병원이라고 해서 국내 굴지의 대형 대학병원 크기의 규모나 시설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 곳의 지방의료원 정도면 충분하다.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내에 종합병원이 들어선다면 의료계의 많은 의사들의 자발적이고 선의적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확신 한다.

물론 북한의 입장과 정치적 의도를 이해 못하는 순진한 생각이라는 지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의 필요성은 북한으로서도 당면한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내를 갖고 진의(眞意)를 보인다면 북한도 반드시 응할 것이다. 비무장지대에 들어선 병원은 남북 평화와 화합의 축이 될 수 있다.

우리 눈앞에 펼쳐져 온 과거와 오늘의 남북 관계를 직시하면서 인내를 갖고 먼 안목으로 꾸준히 추진 한다면 DMZ 종합병원 조성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정치적 역학 관계는 잘 모르겠으나, 북한 주민을 위한 단 하나의 일이라도 그것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주도한다는 것은 역사적 평가의 선행적(善行的) 선례가 될 것이다.

장성구 경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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