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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 16일 넘겨선 안될 '안철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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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 16일 넘겨선 안될 '안철수의 생각'

입력
2012.09.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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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속내가 궁금하다.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보았던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관훈클럽의 공개 강연과 토론회 자리였다. 두 시간 정도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고, 한 시간 이상 함께 식사하며 얘기를 나누었으니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해도 괜찮을 듯하다. 당시 강연과 토론의 주된 내용은 최근 여야 모두 주장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중소ㆍ벤처기업의 육성 문제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동반의 개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의 속내를 좀 더 보았던 것은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였다.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맡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어느 기자가 6개월 전 8ㆍ8개각(2010년) 때 안 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에 올랐었다는 말을 꺼냈다. 그는 "청와대에서 (나에게)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고 알쏭달쏭한 답변을 했다. "메시지를 전달키로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들은 '그가 메시지를 받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구나'고 생각했다. 이튿날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안철수 국무총리 제의, 배달사고 났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안 원장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일년 전의 얘기를 길게 한 것은 안 원장의 생각과 행동이 그 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속내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안철수 식 경제민주화'를 이뤄보겠다는 의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겠다는 희망이 그것이다. 국민들은 '안철수와 같은 지도자'를 원했고, 대선 국면을 맞은 지금 "안철수를 청와대로 보내자"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침묵이 너무 길다. 오는 12월 19일 대선에서 후보로 직접 나서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외교안보 현안과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을 뚜렷이 알지 못하고, 앞으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그는 대선주자로 인식돼 왔다. 이후 정치ㆍ사회적 이슈가 적잖이 불거졌고, 최근에도 한일 및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많은 외교안보 현안이 생겼다. 하지만 어디서도 '안철수의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어느 날 대권도전을 선포하게 되면 그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해 또 한번 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장 연말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에게서 확인해야 할 정치력의 유무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4ㆍ11총선 이후 국내 정치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야권단일화 문제에 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본인이 여권인지 야권인지에 대해서도 뚜렷이 말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야권 쪽으로 분리됐고, 민주당 상황과 맞추다 보니 후보단일화 대상까지 흐르게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정치적 정체성을 밝힐 기회를 넘기고 있다는 대목이 또 하나의 이유다.

안 원장은 민주당의 후보경선이 일차 마무리되는 16일 이전에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상황을 보고 나서, 나아가 결선투표가 예상되는 23일이 지나서 자신의 의중을 내놓는다면 제1야당의 대선후보 경선 자체를 희화화해 버리는 꼴이 된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안 원장은 "현 정부에 건의도 하고 제안도 하고 충고도 했으나 거의 듣지 않았다"며 크게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 모두 '안철수 같은 지도자'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민주당 후보경선이 마무리되기 전에 정치권을 향해 '건의, 제안, 충고'를 하든지, 본인이 그것을 수행하는 자리에 도전하겠다든지 직접,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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