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정보산업고등학교 3학년 오동식(18)군은 6일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펀드투자상담사 공부에 들어갔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다. 오군은 이미 4월 IBK기업은행 고졸 행원이 됐다. 올 연말 기업은행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가기 전까지 금융관련 자격증도 따고 엑셀 등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도 치를 생각이라고 한다. 오군은 "관련 인터넷강의 수업료와 책값은 모두 기업은행이 지원해준다"며 "일찍 합격을 하니 은행원이 되기에 앞서 직장생활에 도움될 공부를 여유 있게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파격적 채용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올 4월 일찌감치 남자 고졸 행원을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특성화고에서 뽑은 행원 110명 가운데 남학생이 36명이다. 이들이 맡을 업무는 창구직 정보통신(IT) 시설관리 등으로 다양한데, 특히 기업은행에 고졸 남자 행원이 창구직으로 들어온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에서 고교 졸업예정 남학생의 채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입사 후 입대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탓이다. 하지만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고졸 행원이 원하면 나중에라도 대학을 가고, 또 은행장까지 될 수 있도록 인력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성했다"며 "남자 행원들이 입행 후 군대에 가더라도 기본급(130만원)의 5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고졸 행원의 첫해 연봉은 2,600만원 선. 이후 군복무 21개월 동안에도 꼬박꼬박 회사에서 월급을 준다고 하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고픈 이들에겐 신의 직장이 따로 없다.

고졸 행원을 뽑는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긴 것도 새로운 시도다. 졸업 직전 채용 공고를 내는 게 관행이었는데 올해부터는 3학년 1학기에 조기채용을 하기로 한 것. 기업은행 측은 "학생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졸업 때까지 학업을 온전히 마칠 수 있고 은행은 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고3 행원들을 위해 ▦멘토지점 지정 ▦금융자격증 취득 지원 ▦영업점 현장체험 ▦어학ㆍ상식 사이버연수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졸 행원들의 본격적인 업무 연수는 11월부터 들어가고 12월 각 지점에 배치된다.

채용 파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국내 은행 최초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출신 행원을 채용했다. 출신국은 베트남(6명), 중국(3명), 네팔(1명), 인도네시아(1명), 필리핀(1명)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용산구, 경기 안산, 시흥 등에 배치돼 카드발급 등 금융상품 안내와 판매, 통역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린 채용을 한다고 해도 모든 취업 희망자들을 은행에 고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업은행은 직접 채용하지 못하는 부문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함께 1,6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해 젊은 세대가 창업한 기업에 2.7%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09년부터 중소기업 취업포털사이트 잡월드(ibkjob.co.kr)를 운영하면서 4만5,000여명이 취업에 성공하도록 일자리를 주선했다. 온라인으로만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취업박람회도 꾸준히 주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은 서민금융지원에 힘쓰고 있다. 기업은행은 은행과 기업들이 운영 중인 미소금융재단 가운데 전국에 걸쳐 가장 많은 지부(20개)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00억원, 2011년 50억원, 지난해 250억원 등 모두 400억원을 IBK미소금융재단에 출연했는데, 5월 말 기준으로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간 지원금액은 214억원, 지원건수는 2,025건에 이른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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