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2010년 여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첫째 날 그린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나선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이 끝나자 앙코르를 외치던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표곡인 '앵콜요청금지'였다. 밴드는 한참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곡명처럼 끝까지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뿔뿔이 흩어지는 군중 가운데 몇몇이 '금지'된 앙코르 곡의 마지막 소절을 흥얼거렸다.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4인조 인디 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앵콜요청'에 '히트곡 모음집'으로 화답했다. 이제 겨우 정규 앨범 2장 낸 밴드가 웬 '히트곡 모음집'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5일 발매되는 2장짜리 앨범 '골든-힛트 모음집'을 자세히 뜯어 보면 금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집이 올해 계약 만료로 절판이 됐습니다. 레이블과 밴드의 공동 소유였던 제작자 권리가 3년이 지나면 밴드로 넘어오는 것이었는데 그 권한도 밴드 멤버 모두의 공동 소유였어요. 1집 때 보컬을 맡다가 탈퇴한 멤버(계피)에게도 권리가 있는데 그분이 재발매를 반대해서 다시 낼 수 없는 상황이 됐죠."(덕원)

'골든-힛트 모음집'은 제목처럼 히트곡 모음집보다 '다시 부르기'에 가깝다. 성격 차이로 계피가 탈퇴한 뒤 만든 2집 '졸업'(2010)을 제외하고 4장의 싱글, 미니앨범(EP) '앵콜요청금지'(2007) 그리고 1집 '보편적인 노래'(2008) 수록곡 중 17곡울 다시 연주하고 녹음했다. 모든 곡은 네 멤버가 스튜디오에서 한 번에 연주한 것을 담았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리더 덕원은 "기존에 있는 곡을 대신해야 하니까 라이브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의 편곡 그대로 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명 EP와 1집 수록곡인 '앵콜요청금지'도 이번에 다시 녹음했다. 드럼을 연주하는 류지가 불렀다. 원곡과 비슷한 곡도 있고 많이 달라진 곡도 있다. '마침표'와 '2009년의 우리들'이 여기에 속한다.

서울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2005년 결성된 브로콜리 너마저는 데뷔 초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무명 밴드였다. 각종 콘테스트에 나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오래 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노래를 만들겠다"는 덕원의 생각은 2007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내놓은 EP '앵콜요청금지'가 입소문을 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애잔한 정서를 정제되고 차분한 선율로 풀어낸 이들의 음악은 인디 음악의 한 경향으로 자리잡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집이 3만장 이상 팔렸다. 그러나 밴드는 곧바로 위기에 처했다. 계피가 탈퇴한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뮤지션이 된 뒤였는데 거의 패닉 상태였습니다. 4개월은 아무것도 못 했어요. 활동 중단이니 해체라느니 하는 소문도 있었지만 남은 멤버들끼리 음악에 집중하기로 했죠."

독립 제작사를 차린 이들은 녹음과 제작, 유통을 직접 맡아 하면서 '가요계'라는 밀림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음반은 안 팔리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음원만 유통되는 이 시대에 인디 밴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밴드에서 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는 덕원은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까도 이젠 고민해봐야 할 때"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골든-힛트 모음집' 발표에 이어 브로콜리 너마저는 1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7월 4일부터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3주간 매주 5회씩 총 15회 장기 공연에 나선다. "이번 공연에선 시각적 장치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꾸밀 생각이에요. 올 연말에 발표할 EP에 담길 곡도 미리 들어보실 수 있을 겁니다."(덕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