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에는 건강하시고 웃음만 가득하세요. '해를 품은 달'도 계속 재밌어지니까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리고요. 저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릴게요. 하하."

요즘 대세로 떠오른 '훈남'이자 '유력 대권후보'인 왕세자 '이훤'이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올렸다. 가상의 왕 '훤'과 무녀(巫女) '월'(김유정)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MBC 픽션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훤의 어린 시절 역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역배우 여진구. 1997년 생이니 올해 나이 열다섯이다. 생일이 8월이라 만 나이로는 겨우 열넷이지만 다부진 연기력으로 '해를 품은 달'이 일찌감치 시청률을 20%를 돌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게 정말 아역의 로맨스란 말인가. 훤 왕자를 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설레냐' '우리 진구 키 커야 하니까 밤에는 제발 촬영하지 말아주세요' 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드라마에서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과 비극적 엇갈림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면서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매력을 발산해 누나팬들은 '진구 앓이'를 호소하고 있다.

18일 설을 앞두고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하는 왕세자 여진구를 만났다. 19일 6회분을 끝으로 아역들이 퇴장하고 다음주부터는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등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한다. 전날까지 촬영하고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는 진구는 "전화를 받으면서 저도 모르게 '여보시오'라고 했다"며 당분간은 왕세자의 말투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활짝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이 남학생 같지만 한편 진지하고 어딘가 왕세자의 위엄이 풍기기도 했다.

-'해를 품은 달'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더 특별한 설이 될 것 같네요. 이번 설은 어떻게 보내나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친척들이 저희 집으로 모일 거예요. 아직까지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데, 글쎄요. 할머니나 고모, 큰아버지 모두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 살았거든요. 학교 끝나고 아무 때나 들러서 밥 먹고, 그렇게 허물없이 지냈어요. 할아버지는 과묵한 편이신데 특별한 말씀은 없지만 요즘 항상 웃고 계세요. 할머니는 함께 TV 보면서 친구분들께 전화하셔서 빨리 MBC 틀라고, 진구 나온다고, 세자 옷 입고 나온 게 진구라고 하시고요.(웃음)"

-왕세자 역할로 누나팬들까지 설레게 했는데.

"3회에서 누나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흐흐. '누나님'들의 응원과 사랑이 많은 힘이 되요. 감사하고 있어요. 트위터나 미니홈피에서 응원해주시는 글들을 보면 뿌듯하고 스트레스도 다 풀리는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 아들이 사랑한다는 설정의 '공주의 남자'나 한글창제를 둘러싸고 세종대왕과 사대부 비밀결사조직 밀본의 대결을 그린 '뿌리깊은 나무' 같은 팩션(fact와 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 사극이 아닌 100% 허구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역사보다는 주인공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훤의 이복형 양명군(이민호)과 훗날 세자빈이 되는 보경(김소현)까지 끼면서 본격적인 4각 연애담이 펼쳐진 상황. 아역들은 궁궐 내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와 세자빈 시해를 둘러싼 암투 등 가슴 아픈 장면들을 거뜬히 소화하면서 흡입력 있는 연기력을 보이고 있다.

-아역들의 인기가 너무 뜨거워 분량을 늘려달라는 청원까지 일 정도였죠. 곧 성인이 될 텐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계속 나이에 맞는 배역을 해왔어요. 청소년이기 때문에 아역을 하는 게 맞는 거 같고. 누군가의 어린 시절만 연기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제가 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아역이든 아니든 그냥 편하게 제가 맡은 역할이라고만.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면 그런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2005년 영화 '새드 무비'에서 염정아의 아들로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해 벌써 8년차 배우다. 그동안 드라마 '일지매'의 이준기, '타짜'의 장혁, '태양을 삼켜라'의 지성, '자이언트'의 이범수 등 인기 드라마 남자주인공들 아역을 도맡아 왔다.

-액션이 많았던 '자이언트'나 '무사 백동수'보다는 촬영이 수월했을 것 같은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대신 감정신이 많았어요. 대본을 보면서 수십 번 울었어요. 그런데 과연 이게 제대로 나올런지 대사도 그렇고 훤의 감정도 그렇고.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어서, 안타까워서 가슴이 먹먹하게 우는 장면들이라. 인상 깊은 장면은, 5부에서 이복형 양명과의 갈등이 시작되는 부분요. 존경하던 형한테 뭔지 모를 배신감에 휩싸이고, 형은 참았던 울분이 터지는, 둘의 팽팽한 감정이 부딪치는 그 장면이 베스트인 거 같아요."

-작품은 어떻게 고르나요. 아직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이 클 텐데.

"엄마가 많이 관여하시죠. 역할도 보지만, 하면서 제가 뭘 배울 수 있을지 늘 고려하시는 편이에요. '네가 이런 역할을 하면서 이런 걸 배워야 해'라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훤' 역할은 그동안 강한 연기만 했으니까 로맨스나 귀여운 역할도 좀 해보자는 생각이셨고. 저도 대본이 굉장히 재밌고, 훤이 볼수록 매력적이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처음엔 그냥 TV 나오고 싶어서 엄마한테 졸랐어요. 그러다 '새드 무비' 오디션을 보고 뽑히면서 연기에 대한 흥미도 갖게 됐고요. 여덟살 때 촬영해서 아홉살 때 개봉했죠.(웃음) 감독님들이 비슷비슷한 틀에 박힌 역할 하지 말라고, 학원 다니지 말라고 하셔서 그냥 현장에서 엄마와 감독님이 알려주는 걸 연기했어요. 지금은 직접 감독님이랑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지만. 대본 읽다가 '밝게 하는 게 어떨까요' 뭐 이런 아이디어도 내고, 저한테 맞게 만들어가는 과정도 있고요."

-담당 PD가 애들이 연애 감정을 연기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는데.

"코믹한 부분도 있다가 전통사극으로 변하기도 하고 변화무쌍해요. 그래서 감독님이 아역들이랑 함께 리딩을 많이 했어요. 걱정이 많으셨나 봐요. 마음을 진지하게 고백하는 대사들도 많았는데, 아직 아이들이니까 감독님이 최대한 저희 시점으로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어요."

-유정이랑 4년 전 '일지매'에서 함께 연기한 인연도 있는데.

"한번 호흡을 맞춰봐서 그런지 서로 현장에서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인터넷에 사진이 올랐다고 해서 봤는데. 제가 봐도 둘 다 많이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라 그런지 그때 사진이 귀여워 보이더라구요.(웃음) 지금은 일부러 귀엽게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냥 있으면 안 귀여운 거 같은데. 하하."

-학교에서 인기가 많겠어요.

"신림중학교 다니고 있고 이제 3학년 올라가요. 중학교 때 새로 만난 애들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어울렸던 애들이라 똑같아요. 무슨 작품을 하든지. 학교로 돌아가면 그냥 평범하죠 뭐. 또래 연기자들 보면 주변에서 너무 과장해서 봐서 싫다고 하는데, 제 친구들은 안 그래요. 고등학교는 남자고등학교 가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남자애들이랑 운동하고 뛰어 노는 게 제일 재밌어요. 어려서부터 촬영현장에서 살다 보니까 그런 게 부족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떤지.

"무뚝뚝하면서 장난기도 많아요. 뛰어 노는 거 좋아해요. 공 가지고 하는 거 다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해요. 키가 172cm인데, 아직 더 커야 해서 근육 만들고 하는 건 피하려고요. 축구를 좋아해서 많이 하는데, 근육이 많아요. 축구부 애들이 와서 만지고 '야, 부럽다' 할 정도로 다리가 두꺼워요. 하하."

-앞으로 계획은.

"일단 '해를 품은 달' 본방 사수해야죠. 그동안은 자잘한 실수가 눈에 보여서 내가 잘못한 거 없나, 휴 다행이다 이러면서 마음 졸이면서 봤는데. 그리고 기타를 좀 배울까 해요. 요즘 기타 소리에 빠져버렸어요."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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