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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진짜 국방개혁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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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진짜 국방개혁을 하려면

입력
2011.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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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얘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다. 8월 국회를 앞두고 뻔한 논의가 재연되는 조짐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부쩍 ‘시대론’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가 변했으니 군대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다. 백번 옳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국방개혁 307계획’이 시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론은 다시 분명하다. ‘국방개혁은 당위다. 그러나 307식은 아니다.’

지난 잘못을 자꾸 들추는 건 모두에게 거북하고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바뀌지 않으니 반복 않을 도리가 없다. 국방개혁 논의는 천안함 폭침으로 촉발되고 연평도 포격도발로 그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그때 드러난 우리 군의 문제가 과연 뭐였는가.

천안함 때 합참의장은 무려 한 시간 가까이 보고도 못 받았고 이후에도 상당 시간 상황 장악을 못한 사실이 추후 감사에서 확인됐다. 아예 군 지휘체계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정적 이상징후들도 묵살됐다. 연평도 때도 다르지 않아 공격징후는 묵살됐고 상당수 장비는 가동 불능이었다. 육군에는 비상발령도 없었고, 공군은 힘쓸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진단ㆍ처방이 엉뚱한 307계획

군 지휘부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시스템의 미작동, 부대관리 소홀이 원인이었다. 전 육군참모총장의 말마따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운용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게 난데없이 합동성 문제로 바뀌었다. 이는 합참의 적절한 명령이 군별 이해로 수행 안 됐을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지휘도 안됐는데 합동성 운운은 엉뚱한 본질 흐리기였다. 나중에라도 명령 불이행으로 책임추궁 받은 각군 지휘관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합동성 문제는 있다. 합참이 각군 작전부대를 신속히 지휘하지 못한 것은 타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상군 일색의 지휘라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단언컨대 해상이나 도서가 아니라, 육상에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도발이 있었다면 합참 대응은 훨씬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다.

합동성은 생도 시절부터 교차교육, 통합작전 훈련, 군간 교차 및 합동근무 의무화, 통합작전능력의 인사 반영 등으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대전의 중요한 축인 해ㆍ공군을 여전히 지상작전의 지원화력 정도로나 여기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합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방개혁의 또 다른 명분은 2015년 전시작전권 이양이다. 전작권 이양은 지금처럼 유사시 전면적이고도 신속한 미 해ㆍ공군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비는 정보능력과 함께 획기적인 해상ㆍ공중전력 증강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도 군정ㆍ군령권의 통합을 통한 상부지휘구조 개편 필요성으로 왜곡됐다. 원칙대로 운용한다면 합참의장에서 각군 작전부대로 바로 명령이 떨어지는 현 체제가 효과적이지, 합참의장에서 각군 참모총장을 거쳐 작전부대까지 4~5단계의 지휘단계를 거쳐야 하는 국방개혁안은 도리어 명백한 퇴행이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집착 버리라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문민통제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잘못이다. 문민통제 약화 걱정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군부쿠데타 가능성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 시민사회의 상시 감시 및 통제기능의 약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군령의 일원화보다는 오히려 정책 결정과 예산 집행, 군 운영에서의 정보 통제를 포함한 군정의 폐쇄적 일원화를 촉진할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지난해 군의 허술한 대응과 병영사고 등에 대한 개선 논의조차 아예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문민통제 약화를 걱정하는 진짜 뜻이다.

국방개혁의 궁극 목표는 결국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의 공격에서 국민을 지키고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입체적 작전능력 확보와 활용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자 진짜 시대 변화를 수용하는 길이다. 본질과 동떨어진 지휘구조 개편 따위에 집착해 쓸데없는 다툼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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