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軍 소극대응 논란] 6문 중 3문 피격·고장으로 대응 허둥지둥K-9자주포 한번에 최대 48발 장전 무색대포병탐지레이더 1차 공격 포착 못해

'170발대 80발.'

북한군이 23일 연평도 내륙과 해상에 퍼부은 포탄 수와 이에 맞선 군의 대응사격 규모다. 절대 수치에서 배 이상 차이가 나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군은 "현장 지휘관이 그 정도 대응사격이면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얼마든지 더 쏠 수도 있었지만 적정선에서 자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80발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0발은 지휘관의 재량에 따른 적정선이 아니라 실제 군이 적을 향해 반격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는 것이다. 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쏠 수 없어 못 쐈다면 군의 대응 태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군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23일 오후 1시께부터 K_9자주포 4문을 투입, 연평도 남서쪽 해상을 향해 포구를 돌려 총 100발의 해상사격훈련을 했다. 연평도에는 K_9이 6문 배치돼 있다. 이전에는 사격훈련을 할 때 6문을 모두 투입했지만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경계태세가 강해져 2문은 항상 북한 쪽을 향해 있다.

오후 2시34분께 북한군이 연평도와 마주한 개머리, 무도해안포기지에서 150여발의 포를 발사했다. 이때 K_9은 훈련 중이던 1문과 경계를 서던 1문이 포탄에 맞아 고장 났다. 나머지 4문을 사격 지점에서 대피 시설인 포상으로 황급히 옮겼지만 이미 1문은 훈련 중 불발탄으로 고장 난 채였다. 따라서 당장 동원 가능한 K_9은 배치된 6문 중 절반인 3문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K_9 4문으로 반격했다던 군의 공식 설명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2시41분께 적의 포 공격이 잠잠해지자 K_9 3문을 포상 밖 5㎙ 떨어진 사격 지점으로 끌어냈고, 2시47분께부터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포탄의 장전 방식이 문제였다. K_9은 분당 6발을 쏠 수 있는 완전 자동식 자주포로 한 번에 최대 48발까지 장전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4발씩 장전했고, 병사들은 포상부터 K_9까지 5㎙거리를 번갈아 뛰어다니며 포탄을 날랐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포탄을 4발씩 장전한 건 훈련 대로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K-9 3문만 가동되고, 그것도 장전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자연히 50발밖에 대응사격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_9은 보통 탄약 보급차와 함께 투입될 경우 자동으로 거의 무한대의 포탄을 장전하고 발사할 수 있지만 외부 훈련이 아니라 포상과 인접한 부대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탄약 보급차는 현장에 없었다.

3시12분께 북한군이 20여발을 다시 퍼부었고, 군은 고장 난 1문을 수리해 K_9 4문으로 30발을 응사했다. 당시 포상 안에는 총 800발의 포탄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K_9 사격 지점과 상당 거리 떨어진 부대 탄약고에는 총 1만3,000발의 포탄이 저장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포탄을 쌓아 두고도 군이 실제 사용한 것은 고작 80발에 불과했던 것이다.

연평도에 설치된 대포병탐지레이더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지만 북한군의 1차 포 공격을 포착하지 못한 점도 드러났다. 탐지레이더는 23일 오전 9시께부터 작동해 오후 1시께부터 적 포탄 탐지를 위해 레이저 빔을 발사하고 있는 정상 상황이었다.

당초 군 당국은 "해안포는 짧은 거리를 낮은 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탐지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북한의 1차 공격에는 사거리가 길고 높이 날아오는 122㎜방사포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탐지레이더가 잡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군의 미숙한 대응이 탐지레이더의 노후화 때문인지, 운용상의 잘못 때문인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사포는 단발인 해안포와 달리 연발 사격이 가능해 위력이 더 강하다.

또한 방사포는 절벽에 있는 해안포보다 한참 뒤에 위치해 있다. 군이 그간 "해안포를 향해 적절하게 대응사격했다"는 설명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던 셈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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