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47) 교수가 최근 국내 최초로 유방암 수술 5,000건을 달성했다. 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이루고 싶어하는 금자탑을 쌓은 셈이다. 1989년 5월 서울아산병원 유방암클리닉 담당교수로 부임한 이래 15년 동안 기관차처럼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다.

'명의'로 통하는 의사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진료 한 번 받으려면 보통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 환자가 많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진료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안 교수 역시 하루 평균 14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추가진료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진 때에도 환자들의 궁금증을 경청하고 풀어줘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유방암클리닉 홈페이지(www.amc.seoul.kr/∼breast)의 표어인 '환자를 내 가족처럼'도 안 교수가 직접 지은 것이다.

그가 유방절제와 동시에 시행하는 '유방복원수술'을 500건 이상 시행하고, 1995년 국내에 유방복원수술 후 피부상처를 거의 남기지 않게 하거나 최소화하는 '피부보존 유방절제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도 바로 그가 추구하는 면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이 달부터 매월 첫째 목요일을 '목욕하는 날'로 정해 찜질방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상담을 갖는 시간을 마련했다. 찜질방 상담은 유방 절제수술을 받아 한쪽 유방이 줄거나 없어져 옷 벗기를 꺼리는 환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의 일환이다.

그는 "유방암은 초기(0기, 1기)에 발견하면 80∼100%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암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며"특히 유방암에 걸린 위험이 많은 사람은 주기적으로 검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는 출산 경험이 없거나 30세 이후에 출산한 경우 초경이 12세 이전에 시작됐거나 폐경이 55세 이후인 경우 비만이거나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을 즐기는 경우 젊었을 때 과음한 경우 고령 등을 꼽았다.

또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가 검진을 하고 1년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1∼2년에 한 번 가슴 X선을 촬영하라고 조언했다.

매년 간단한 가슴 X선 촬영만 해도 유방암의 70%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방암에 걸리면 많은 여성들이 유방을 잘라내야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요즘은 유방을 보존하면서 하는 수술이 30%에 이를 정도로 유방암 수술이 발전했다"며 유방암에 걸렸다고 결코 절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 일례로 언젠가 임신 4개월에 유방암에 걸린 한 여성이 "다른 병원에서 아기를 유산하고 유방도 절제하라고 한다"며 그를 찾아왔는데, 그녀는 현재 그 아기를 유산하지 않고 출산했을 뿐만 아니라 유방도 제거하지 않은 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수술을 많이 한 '칼잡이' 의사만은 아니다. '가족성 유방암'이 대물림을 한다는 사실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해 학계에 발표할 정도로 연구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명성에 안주하기 보다는 환자들에게 좀더 나은 유방암 치료를 위해 의사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죠."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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