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장희빈의 열기를 숙빈 최씨가 다시 지필 수 있을까.KBS 2TV 100부작 대하사극 '장희빈'의 시청률은 초반에 20%대까지 올라갔다가 지난달 경쟁 드라마인 SBS '올인'에 밀려 7∼8%까지 떨어졌고, 장희빈 역을 맡은 김혜수의 연기에 대한 네티즌의 혹평까지 이어져 한때 조기종영 설이 나돌았다. 숙빈 최씨 역에 캐스팅 돼 9일 방송분(45회)부터 첫 선을 보인 신예 탤런트 박예진(22)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초등학교 때 정선경 선배가 출연했던 '장희빈'을 본 기억이 나요. '장희빈'의 재미는 지금부터에요. 그 때도 인현왕후가 폐위된 뒤 장희빈과 숙빈 최씨가 숙종을 사이에 두고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는 중반 이후부터 인기를 끌었거든요. 사실 좋은 드라마인데 '올인' 때문에 부진했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담을 잠시 비켜서면서도 박예진은 이내 "숙빈 최씨가 시청자를 다시 한번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박예진은 2000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을 받았고, 지난해 MBC 주말연속극 '그대를 알고부터'에서 발랄한 여대생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드라마는 6개월 만의 복귀작이다.

그녀가 맡은 숙빈 최씨는 원래 침술 무수리였으나 폐위된 인현왕후를 옆에서 돌보는 모습이 숙종의 눈에 띄어 성은을 입고 연잉군(훗날 영조)을 낳는 조선시대의 '신데렐라'다. 숙종을 사이에 두고 장희빈과 대결을 펼치다 모진 핍박과 멸시를 받지만, 인현왕후의 복위에 도움을 줘 장희빈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면서 극 전개에 활력을 주는 중요한 역이다.

4일 첫 녹화를 위해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 나온 박예진은 "난생 처음 쪽머리를 하고 한복을 입은 모습이 생각처럼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며 연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다. "이게 무수리의 옷이었대요. 처음에 역할 제의가 들어왔을 때 너무 큰 역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무척 망설였어요. 얼마 전부터 대본 연습을 했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사극 말투가 입에 붙지 않더라구요."

이번에 처음 사극 연기를 맡은 박예진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던 것은 3개월 전. 처음에는 부담돼 고사했으나, 제작진이 숙빈 최씨 역으로 김규리 최유정 홍은희 등을 놓고 저울질하다 재차 요청하자 최근 수락했다.

"역할이 돌고 돌아 나한테 다시 오니 내 역할인가보다 생각하게 됐어요. 시청률이 낮아 걱정했는데, 마침 저의 등장과 맞물려 드라마가 전환을 맞고, 극 흐름도 빨라진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숙빈 최씨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통통해 보이는 볼살을 빼고 있는 중이라는 그녀는 사극보다 청춘멜로물을 더 좋아하는 신세대 탤런트다. 그러나 "'장희빈'이 그동안 폭넓은 인기를 얻었던 것은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어서 일 것"이라며 의욕을 다졌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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