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자녀의 조기유학에 부인이 같이 갔다. 고시생인 남편이 계속 시험에 떨어진다. 대학 강사인 부인에게 남학생 스토커가 생겼다. 젊은 부인의 공주병이 심하다….

‘그럴 수도 있는 일’ 또는 ‘우리 집안 일’일까? 아니다. 정답은 ‘이혼 사유’.

5일 100회 방송을 내보낸 KBS 2TV 이혼문제 전문 프로그램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금요일 밤11시)을 보면 요즘 이혼의 유형과 원인이 보인다.

실제 사례를 극화해 재현하는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이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것. 폭력이나 외도 같은 고전적인 이혼 사유 대신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송 내용을 보자.

남편이 직장에서 성희롱한 사실이 들통난 경우(‘성희롱한 남자’), 막내 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경우(‘가시나무’), IMF 후 다단계 회사에 취직한 부인의 경우(‘내아내는 미스 박’)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이다.

대학 강사인 부인에게 남학생이 따라붙거나(‘스토커’), 잠시 춤바람이 난 아내(‘춤바람’)를 다룬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제88화 ‘기러기아빠’는 요즘 젊은 부부 사이에서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자녀 조기유학에 아내 따라가기’를 다뤘다.

유학비용과 생활비를 대기 위해 한국에 남아 열심히 일만 하던 남편이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한다는 내용.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1만 9,065명이 참가한 인터넷ㆍ전화 투표에서 65%가 ‘이혼 찬성’에 표를 던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시청자들이 이같은 소재의 이혼 사유에 대해 쉽게 공감하고 심지어 극중 주인공에게 이혼을 적극 권유한다는 사실.

제57화 ‘매맞는아내’는 시청자의 78%가 극중 아내에게 이혼하라고 요구했고, IMF 후 경제력을 상실한 남편을 다룬 제91화 ‘잘난 마누라’는 64%가 이혼에 찬성했다.

낭비벽이 심한 젊은 부인을 다룬 제76화 ‘왕비부인’은 무려 25만 7,808명이 참가해 97%가 남편에게 이혼을 권유했다.

이에 비해 춤바람 난 부인이 낯선 남자와 동거 직전 빠져나온 사례를 다룬 제49화 ‘춤바람’은 불과 11.3%만이 이혼에 찬성, 잠시 동안 일상의탈출로서 춤바람을 관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얼굴을 뜯어고친 아내(‘성형하시나요’ㆍ32.6%), 남학생 스토커가 생긴 아내(‘스토커’ㆍ29%)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했다.

‘부부클리닉’ 총괄 프로듀서인 장성환 KBS 예능국 부주간은 “고부간갈등이나 과거 일, 또는 스토커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참고 살라’는의견이 많고, 간통이나 성격 차이 등 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부부생활은 수많은 지뢰밭을 조심스럽게 통과하는 일과 같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부부 클리닉’의 여러 이혼 사례는 불성실한 생활태도, 애정 없는생활, 대화의 부재 같은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이혼 사유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결혼한 3쌍 중 1쌍이 1년 안에 이혼하는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이혼을 더 이상 ‘귀신보듯’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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