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땐 그대 없이 아무 것도 /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나 울 수 있는걸 숨쉴 수 있는걸/ 지나간 날을 기억할 수 있는 걸.'지나간 사랑을 향한 '사랑했으므로'에서, 세상 떠난 연인에게 바치는 서정시 '연'에서 조관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애절하게 가슴에 사무친다. 그의 노래에는 정한(情恨)이 깃들어 있다.

흐느적거리고 끈적거리는 그 R&B 창법의 느낌을 어떤 사람들은 속칭 '뽕끼(氣)'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R&B 혹은 트로트의 형식적인 분류를 거부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어떤 곳에서는 제 리메이크곡 '꽃밭에서'와 '님은 먼 곳에'를 트로트 차트에 넣더군요. 제 음악은 트로트도, R&B도 아닌 '가요'입니다. 백인들이 R&B를 '블루 아이드 소울'로 자기화시키는 것처럼 제 노래도 R&B를 가요화한 것이지요."

그 미묘한 느낌이 한국적인 정서를 제대로 공략해서인지 그동안 소리 소문없이 세 번이나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1994년 1집 '늪'이 100만장, 2집 'Memory'가 단일앨범으로는 최대치인 300만장, 3집 '영원'이 130만장이 팔렸다.

하지만 4, 5집은 이전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동안의 사랑과 성원만 믿고 음악적으로 너무 안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제작 전부터 인터넷으로 투자공모를 했고 작곡가 진영을 새롭게 바꾸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정연준 심상원 윤일상 등 '내공이 센'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심정으로 젊은 날 열병처럼 치렀던 사랑, 이별, 고독을 되새기며 만들었다는 6집 '연'을 그는 '가장 조관우다운 앨범'이라고 표현한다.

고혹적이면서 중성적인 고음이 차분한 멜로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후배가수 '애즈원'과 '디바'가 참여한 '괜찮아요'는 힙합을 특유의 차분한 마이너톤으로 소화했다.

첫사랑의 설레임을 달콤하게 담아낸 '아름다운 고백'은 직접 만든 곡으로 세련된 브라스 편곡과 42트랙의 풍부한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안타까운 불륜의 욕망을 노래한 '늪'의 인상이 강해서일까. 그에게는 '퇴폐적'이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늪'이 기독교쪽에서 많은 반발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연기로 온갖 세상사를 표현하듯이, 목소리로 '연기'하는 가수라면 충분히 노래에 담을 수 있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적인 멜로디에 어우러진 한국적 정한, 그것은 국악인인 아버지 조통달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 느낌이 그가 '조관우식(式) 가요화'라 부르는 실체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