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익창출 망각 시청률 경쟁 진흙탕싸움/폭력·성표현 등 노골화 방송위 제재만 올 50여건한국방송공사(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 위상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다매체 다채널 방송시대에 21세기 한국방송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KBS가 건전한 방송풍토의 조성과 비전 제시보다는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방송을 통한 공익창출과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소명의식은 더구나 찾기 어렵다. 오히려 공영방송이 저품질 프로그램을 양산, 방송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공영방송 KBS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외국 공영방송을 탐구한다.<편집자 주>

지난 10∼12일 TV에서는 참으로 「볼 만한」장면이 연출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후보들이 음식점배달원(이회창), 노상 의류장수(김대중), 시장 짐꾼(김종필)으로 「깜작 변신」을 한 것이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이들이 「삶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구슬땀을 흘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바로 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미디어를 통한 자질검증이 시급한 때라는 점이다. 자질검증과는 무관한 눈요깃감만을 전달한 대통령후보에게 『골라, 골라』를 목이 쉬도록 외치게 한 방송사가 바로 공영방송 KBS이다.

KBS의 이같은 비상식적이고도 「비공영적」인 방송태도는 올해 1∼8월 KBS의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의 각종 제재현황(총 54건)이 잘말해준다.

「집단구타당하는 내용을 장시간 방송, 폭력행위를 지나치게 묘사함」(「첫사랑」·연출자 경고), 「부부간의 외도를 주된 내용으로 방송, 혼인의 신성함과 가족의 가치를 저해함」(「유혹」·경고), 「무면허 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위법행위를 조장함」(「오늘은 남동풍」·경고), 「이 새끼 눈깔을 빼다가 다시 바꿔 달아줘? 등을 방송,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저해함」(「드라마게임―달콤한 아빠」·경고), 「칼로 배를 찔러 관통시키는 등 가족시청시간대에 지나친 충격을 줌」(「용의 눈물」·주의)…. 상업방송이라도 면죄(면죄)가 안될 내용을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줄줄이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뿐만이 아니다. 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는 지난 7월 『KBS 2TV 「서세원 김미화의 코미디 세상만사」는 「여자는 예뻐야 하며 몸매로 승부한다. 아니다, 얼굴로 승부한다」 등의 출연자 대사를 통해 여성을 「보여지는」대상으로 한정시켰다. KBS 2TV 「열려라 코미디」는 침실장면에서 「난 오빠가 좋아한다면 뭐든지 해줄 수 있어」 등 노골적인 성표현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35) 여성정책부장은 이와 관련, 『시청률 수위를 달리고 있는 KBS 1TV 드라마 「정때문에」는 가부장적이고 과거회귀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며 『시대흐름을 반영하고 새 여성상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이처럼 여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시청자 이목을 끌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도 7월 「드라마의 폭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당구 큐대 대가리를 아가리에 쑤셔넣지 않고 뭐하냐?」 「(조카가 이모에게) 미쳤어, 정말」 「또 혼자 따먹었군」 등 KBS 드라마의 언어폭력 문제를 다른 방송사와 함께 조목조목 짚었다.

방송내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KBS의 상업방송 버금가는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올초부터 MBC와 이전투구를 불러일으킨 미국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발등판경기와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경기 중계권 다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KBS는 물론 『당초 KBS 위성방송을 통해 「국민적 영웅」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방영,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려 했으나 중계협상 과정상의 실수로 지상파TV로 방영하게 됐다』면서 『더욱이 MBC가 주장하는 것처럼 KBS가 돈을 더 주고 중계권을 가로챈 것이 아니라 정식 협상대상자(MLBI)와 직접 협상에 나서 얻은 결과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KBS의 박찬호독점중계는 MBC가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월드컵 아시아예선 경기를 역시 독점중계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다시 KBS와 SBS가 각종 스포츠 공동중계에서 MBC를 배제하기로 하는 등 지상파 방송 3사간의 진흙탕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어느 쪽이 옳든 그르든 이같은 과당경쟁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다. 지금이라도 KBS는 한국방송의 「맏형」으로서,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서 냉정을 찾아야할 것이다.<김관명 기자>

◎외국선 공영방송 어떻게 운영하나/BBC·NHK 등 시청률경쟁 초연/양질프로제작 온힘

「영국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BBC를 믿는다」.

영국의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와 일본의 NHK(Nippon Hoso Kyokai:Japan Broadcasting Corporation). 두 방송사는 우리 KBS의 위기를 말할 때마다 늘 화두로 등장하는 외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사이다. 이들은 수신료를 통한 안정적 재원확보와 효율적인 방송구조 및 확고한 편성정책을 통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제공 ▲사회적 소외계층 배려 ▲실험적이고 독창성 강한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이상적인 공영방송상을 구현하고 있다.

먼저 두 방송사가 공영방송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는 무엇보다 광고수입이 아닌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상파TV만 시청할 경우 KBS 수신료(월 2,500원)보다 4배 정도 비싼 액수이기는 하지만 두 방송사의 수신료 수입은 각각 총재정수입의 86%(BBC), 96.4%(NHK)를 차지, 아예 처음부터 광고주를 의식한 시청률 경쟁에서 초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광고수입이 일체 없다는 것만으로는 BBC와 NHK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바로 「BBC 프로듀서 가이드라인」과 「NHK 프로그램 기준핸드북」으로 요약되는 두 방송사의 공영방송적 편성이념과 이에 대한 시행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S의 프로그램 편성과 크게 비교되는 것만 뽑아봐도 ▲비인기 프로그램을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 다음에 편성 ▲각국의 삶과 역사, 문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혁신적이고 위험부담이 큰 프로그램을 프라임타임대에 편성 ▲고령자의 건강과 정신적인 평안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있다.

특히 BBC는 같은 시간대에 다른 상업방송과 시청률이 비슷한 유사 프로그램 편성을 전혀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방송 3사의 고질적 병폐로 자주 거론되는 「중복편성」문제를 과감히 뛰어넘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도에 상관없이 당초 방송시간(4∼12주)이 완료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개편하는 것도 BBC의 공영방송다운 면모이다.

이밖에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의 높은 자율성 부여 ▲공영방송과 상업방송간의 보완적 성향 ▲경영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방송위원회(이상 BBC), 방송심의회 방송프로그램향상위원회 고사제도(이상 NHK) 등 철저하고 다양한 심의제도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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