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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우후죽순 n세대 ‘음악 경연 예능’, 도전은 좋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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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우후죽순 n세대 ‘음악 경연 예능’, 도전은 좋으나

입력
2019.04.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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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 음악 경연 예능의 위기다. JTBC, MBC 제공
n세대 음악 경연 예능의 위기다. JTBC, MBC 제공

TV조선의 ‘미스트롯’이 예상치 못한 흥행에 성공했다. 주춤하던 n세대 ‘음악 경연 예능’ 가운데 채널의 한계를 깨고 이뤄낸 값진 소식이다. 10%를 웃도는 시청률은 물론이요, 최종 우승자를 비롯한 준결승 진출자 12인은 전국 투어 콘서트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그런데 어째, ‘미스트롯’을 제외하곤 나머지 n세대 음악 경연 예능들이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미스트롯’과 비슷한 형태로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은 JTBC ‘스테이지K’ ‘슈퍼밴드’를 비롯해 MBC ‘다시 쓰는 차트쇼-지금 1위는?’ 등이다. 명확한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내세운 ‘미스트롯’과 ‘슈퍼밴드’부터 ‘경연’이라는 포맷에 ‘의미’를 더한 ‘스테이지K’, ‘다시 쓰는 차트쇼-지금 1위는?’ 등 디테일은 다르지만 크게 보면 음악 예능에 뿌리를 둔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기조는 같다. 한창 음악 오디션 예능 붐이 불었을 때와 달리 장르나 방식 등이 다양화 됐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들을 ‘n세대 음악 경연 예능’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슈스케’ ‘K팝스타’에 이어 ‘프로듀스101’ 시리즈로 쉴 틈 없이 배턴을 이어받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붐에 대한 시청자들의 염증을 의식했는지, 다양화 시도에는 성공한 ‘n세대 음악 경연 예능’들. 끊임없는 도전 의식은 좋으나, 그들의 미래를 마냥 밝게 평가할 수 없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뒤따른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JTBC ‘스테이지K’의 경우 K팝 스타와 함께 꿈의 무대에 오르기 위한 세계인들의 K팝 챌린지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챌린저들이 자신의 우상인 K팝 그룹, 일명 ‘드림스타’ 앞에서 국가별 케이팝 댄스 국가대항전을 벌이고 각 회별 우승팀은 드림스타와 함께 한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는 방식이다.

‘스테이지K’ 1, 2회 드림스타로는 레드벨벳과 아이콘이 출연했다. 각 회차별 시청률은 각각 2.2%, 1.8%였다. 물론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순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테이지K’의 부진 이유는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할까. 지난 2일 열렸던 제작발표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당시 현장에서는 유독 ‘스테이지K’의 기획 의도, 명확한 평가 기준, 시청 포인트 등에 대한 질문이 많이 전해졌다. 기획 의도가 분명한 프로그램의 경우, 이 같은 질문이 초반을 제외하곤 거의 나오지 않는 것과는 꽤나 상반된 분위기였다. 이는 곧 많은 이들이 ‘스테이지K’를 기획한 이유, 나아가 ‘스테이지K’를 시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제작진은 ‘경연’이라는 포맷을 내세우면서도 평가 기준을 ‘실력’이 아닌 ‘K팝을 향한 사랑’ 등으로 애매하게 설정하며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의문은 과연 시청자들이 ‘K팝 커버 댄스’ 경연까지 보고 싶어 하냐는 니즈의 문제다. 각 회차별 출연 게스트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야 ‘팬심’으로 시청할 수 있겠다만은, 예능이 매 회 팬덤에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과연 ‘글로벌 K팝 커버 댄스 경연’이 대중에게 ‘먹히는’ 아이템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앞서 MC 전현무는 제작발표회 당시 “속된 말로 ‘국뽕’과는 다른 것 같다”며 “우리 K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다. 매주 감동을 받으면서 문화적인 자긍심이 생기더라”며 남다른 감회와 자신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스테이지K’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감안했을 때, 과연 이 같은 자신감이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MBC ‘다시 쓰는 차트쇼-지금 1위는?’(이하 ‘지금 1위는?’)은 다소 아쉬운 편성 전략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다소 기시감이 드는 포맷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 형태로 선보여진 이후 정규편성, 지난 달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지금 1위는?’은 49년 역사를 자랑하는 MBC 음악차트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정상에 섰던 '1위 가수'와 그 영광에 가려 1위를 놓친 '도전 가수'들이 다시 1위에 도전해 차트를 새롭게 써본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경규와 유세윤, 장도연이 MC로 나서며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한 ‘지금 1위는?’은 김완선, 조성모, 이상우 등의 1위 가수를 비롯해 신효범, 소찬휘, 해바라기, 현진영, 수란, 강승윤, 유성은, 존박, 우주소녀 연정 등 쟁쟁한 도전 가수들이 출연하며 매회 추억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유행했던 노래를 선후배 가수들의 합동무대로 재탄생 시킨다는 포맷이 JTBC ‘슈가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1위를 가리겠다’는 목적은 다르지만,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대가 메인이 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시감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기시감이야 최근 선보여지는 어느 예능에서나 언급되는 문제인 만큼 다양한 게스트와 차별화된 무대 구성 등으로 극복을 기대해 볼 만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널의 편성 전략이다. ‘지금 1위는?’은 현재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는 ‘불금’ 문화로 인해 시청자들의 이탈이 많을 뿐만 아니라, tvN 등 타 채널에서 이미 저녁 예능 블록 굳히기에 성공한 터라 흥행 성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제작진이 언급했듯 ‘지금 1위는?’은 MBC의 효자 프로그램인 ‘복면가왕’과 비슷한 유형의 가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음악 예능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편성 시간대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김구산 CP는 “유리한 시간대는 아니지만 MBC에서 편성 전략적으로 예능존으로 묶어서 불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존을 만들고자 편성했다”며 “경쟁력 있지만 고전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쟁력을 갖춰가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금 1위는?’의 시청률은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가족 시청층을 주 타깃으로 하는 음악 경연 예능이 제작진의 청사진대로 ‘불금’ 저녁 시간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함께 모인다.

그나마 세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사정이 나은 것은 JTBC ‘슈퍼밴드’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슈퍼밴드’는 숨겨진 천재 뮤지션을 찾아 최고의 조합과 음악으로 만들어질 슈퍼밴드를 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슈퍼밴드’는 첫 방송 이후 음원사이트 및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등에 참가자들의 이름을 올리며 우선 화제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제작진과 프로듀서들은 보컬부터 악기 연주자, 프로듀서 등 장르를 불문한 ‘음악 천재’들의 조합을 통해 슈퍼 밴드를 결성, 국내에 뜸했던 밴드의 부흥기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슈퍼밴드’의 지난 12일 첫 방송 시청률은 2.1%. 화제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수치지만 앞으로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를 탈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다만 아직까지 ‘슈퍼밴드’에게 남아있는 숙제는 있다. 먼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참가자들의 과거, 인성 논란 등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김형중 PD는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쳤으며 많은 대응장치를 준비해뒀다”며 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만큼, 제작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무탈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길 바라는 바다. 또 회를 거듭하면서 제기 될 수 있는 특정 출연자들에 대한 분량 문제, 밴드라는 장르에 대한 시청자들의 흥미 도모에 대한 부분 역시 ‘슈퍼밴드’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처럼 ‘n세대 음악 경연 예능’들이 직면한 문제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염증을 넘은 신선함을 찾기 위한 도전은 좋지만 제대로 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들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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