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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중심잡기] 개인 맞춤형 학업성취도 제고를 위하여

입력
2019.04.1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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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실력 정확히 알아야 맞춤교육 가능

성취도 영향 교육실험 문제점도 파악을

궁극적으론 학교가 즐거운 배움터돼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학생들의 학력 저하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입이나 사교육비 같은 교육 주변 문제가 아니라 드디어 교육의 핵심인 학생들의 학력이 사회 이슈가 되어 반갑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가져온 원인과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심지어 결과 해석에서도 집단 간, 개인 간에 큰 차이를 보이며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건강검진의 경우에는 검사 요소, 결과 해석, 처방에 이의를 제기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별로 없다. 전수조사를 하고, 빅데이터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건강 증진 정책을 수립하며, 개인별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처방을 해야 하는 것도 받아들인다. 그런데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하는 학업성취도의 의미, 기준, 측정 방법 등에 대해 교육청이나 교직단체들이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 기준인 50 혹은 60%보다 훨씬 낮은 20% 미만을 기초학력 미달 기준으로 정한 근거, 결정자, 결정 과정 등에 대해서도 교육과정평가원은 침묵하고 있다. 혹시라도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기준을 20% 미만으로 낮춘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제라도 교육계가 나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그 결과를 누가 어떤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며,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자. 정부는 기초학력보장법을 ‘개인 맞춤형 학업성취도 보장법’으로 바꾸고 필요한 여건을 갖추어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업 성취도 제고 교육이라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실력을 교사와 학생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가와 교육청이 여러 이유를 들어 학생 개인의 객관적인 실력 수준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책 목표와도 배치된다. 전수조사 결과 서열이 드러나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학교와 학생들이 받을 무의미한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도 불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기를 살아가면서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학교교육은 제반 정책이 상호 영향을 주며 얽혀 있는 복잡계이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자유학년제, 혁신교육, 역량중심교육 등의 교육실험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함께 밝혀가야 한다.

정부가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정책 조언과 객관적인 정책 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부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전문가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정부의 눈치를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육발전 차원만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도 이는 독이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제반 노력의 초점은 학교가 즐거운 놀이터가 아니라 즐거운 배움터가 되게 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학교생활 행복도 증진도 좋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배워야 할 것을 즐겁게 배우고, 교과와 배움 자체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배움 행복도 증진에 두어져야 한다. 세계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극단의 실력주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들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시민사회를 만들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주어진 과제를 완수해야 함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실천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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