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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미 합의의 길, 디테일의 핵심

입력
2019.04.0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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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주 4개월여 만에 현지지도를 재개했다. 역점을 뒀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시기를 10월 당 창건일에서 6개월 연장했다. 두 번째 연장이다. 대북제재로 내부 사정이 어렵고 절박하단 뜻이다. 절박함이 양보를 가져오면 좋으련만, 지금껏 북한은 강경대응을 주로 선택해 왔다. 북한의 최대 정치시즌인 4월은 예민한 계절이다. 주민들이 북미 합의에 걸었던 기대만큼 무산 이유와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미국 책임론과 강경 회귀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하노이 이후, 한반도는 두터운 불확실성의 안개에 갇힌 듯하다. 협상 중단과 ‘새로운 길’ 가능성이 새어 나오고 있다. 협상재개 불발, 지연, 중단, 그리고 새로운 길도 대비해야 한다. 4월은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당장 이번 주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 남북 접촉이 중요한 가늠자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와 4월20일(신전략노선 1주년) 사이 당 정치국회의나 당 전원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중재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북미 협상 쟁점 파악, 공략지점 설정, 메시지 오인 없는 디테일한 설득이 필요하다.

우선 비핵화-상응조치 프레임 조정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전략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결정적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프레임 전략의 실패다. 제재가 약점임을 시인하는 꼴이 됐고 미국의 요구수준을 높이고 지연압박의 구실을 줬다.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 내 사정을 고려해 군사적 조치가 아닌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으나 협상 실패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6ㆍ12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체제안전보장’의 프레임을 재확인해 양측의 교환 구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중재전략이다.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WMD 폐기를 명시한 것을 근거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왜 그랬을까.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해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협상술 차원이면 문턱을 낮출 여지는 있다. 북한도 미국의 WMD 폐기 요구에 직접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도 전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확약,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있다.

셋째, 비핵화의 비가역적 돌입지점, 영변 핵시설 폐기의 범주 설정이다. 이 지점은 비핵화 중간 목표 및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적 차원의 설정보다 남북미의 정치적 합의가 중요하다. 가령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불능화를 돌입지점으로 삼는다면, 이를 기점으로 제재 해제 시점, 로드맵의 단계가 설정될 수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범위에 대한 모호성을 제거하고 남북미가 명확히 합의할 필요가 있다. 소위 ‘조작적 정의(operation definition)’를 끌어내는 것이다.

넷째, 남북한 사이에 비핵화 합의ㆍ협의 내용 명시에 주의가 필요하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구체화하고 한국의 비핵화 당사국 지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영변 카드를 기정사실화해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린 부분도 있다.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고 영변 카드를 미국에 대한 중재 레버리지로 활용할 기회를 잃은 부분도 있다. 전략적 중재자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결단을 끌어내는 관리전략이다. 비핵화를 결단한 김 위원장의 국내 권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를 무마하며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 당장 손에 쥔 성과 없이 미국의 높은 요구에 김 위원장은 사면초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밀함을 강조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중을 환대했던 것은 그의 권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존중과 상응조치는 성공적인 비핵화 대타협의 기본조건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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