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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번엔 ‘경찰청장’인가

입력
2019.04.03 18:00
수정
2019.04.03 1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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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주목을 받은 주원규 작가의 소설 ‘메이드 인 강남’에는 도박 빚에 쫓기다 살인에 가담하는 경찰관 얘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소설을 쓰려고 6개월간 강남 클럽에서 일한 작가는 클럽과 경찰의 유착이 소설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VIP 남성이 여성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주먹으로 때려 신고했는데도 출동한 경찰이 클럽 관계자 말만 듣고 돌아가거나, 고객이 화장실에서 VIP들이 ‘물뽕’으로 성매수하는 모습을 목격해 신고하자 클럽 관계자들이 그 손님을 폭행하고 경찰 조사를 무마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버닝썬 사건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 폭행이 딱 그 꼴이다.

□ 고급 유흥업소, 안마시술소 등이 밀집한 강남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물 좋은 곳’으로 통한다. 업소들이 경찰이나 관청에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하는 행위를 ‘관처리’라고 부르는데 업소 주인을 대신해 관처리를 하는 전문 ‘로비스트’들도 있다고 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유흥ㆍ불법업소 단속을 무마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아 중징계된 강남권 경찰이 11명에 이른다. 강남ㆍ수서ㆍ송파ㆍ서초 경찰서 등 물 좋은 곳의 경찰관들이 성매매업소, 유흥주점, 무등록 자동차 대여업자 등으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 원씩 현금과 접대를 받았다.

□ 마약 투약 의혹을 받았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은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짙게 풍긴다. 황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X베프’(완전 친구)야”라고 했고, 또 다른 녹취에서는 “나 지금 남대문경찰서 제일 높은 사람 만나고 오는 길이야”라고 말했다. 2009년 대마초 흡연 전력이 있는 황씨는 2015년 필로폰 투약, 공급 혐의에도 별다른 조사도 받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돼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나오고 있다.

□ 황씨 파문이 일자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셀프 수사’의 한계를 안고 있다. “경찰 명운을 걸겠다”던 버닝썬 경찰 유착 수사가 지지부진한 걸 보면 불신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고 장자연씨 사건 수사에서의 부실도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고 있다. “이런 경찰을 믿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시민사회에 퍼지고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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