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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제2 행복팀’ 막으려면 ‘장애 감수성’ 키워야

입력
2019.04.02 04:40
수정
2019.04.16 23: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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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4>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사건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단 '행복팀' 사건을 수사했던 김대규 경정이 2017년 12월 2일 농아인들을 상대로 금융사기 범죄 예방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경정은 올해에도 농아인들을 위한 각종 범죄예방 강연을 맡아 하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제공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단 '행복팀' 사건을 수사했던 김대규 경정이 2017년 12월 2일 농아인들을 상대로 금융사기 범죄 예방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경정은 올해에도 농아인들을 위한 각종 범죄예방 강연을 맡아 하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제공

농아인 500명(경찰 추산)을 상대로 한 280억원의 투자금 사기 행각인 ‘행복팀’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폐쇄적인 농아인 사회와 농아인에게 열악한 사회 환경이 여전해서다.

제일 첫 번째 원인은 언어다. 국립국어원이 2017년 농아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필담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26.9%에 이른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데다, 농아인 언어 교육도 부족하다보니 농아인들의 문해율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농아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행복팀 피해자들 중에는 팀원 지시에 따라 자신이 서명한 서류가 대출 서류인지 몰랐던 이도 있었고, 심지어 구화가 가능한 난청인 팀원이 피해자를 대신해 전화로 비대면 대출을 한 사례도 있었지만 모두 차질 없이 대출이 이뤄졌다.

행복팀 사건이 터지자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있는 대출이 없었는지를 확인해 주겠다며 거래가 이뤄진 업체들을 전수조사 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두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뿐이었다. 업체 몇 군데가 자체적으로 본인확인절차를 강화했을 뿐, 제도적 정비나 권고 역시 없었다. 금감원 측은 “농아인 입장에서 대출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일률적인 제도 개선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지만 행복팀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던 임지웅 법무법인 P&K 변호사는 “대출 심사기준 자체를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애 유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적어도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프로세스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수사 과정에서도 농아인들은 배제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탓에 수사 기간은 배로 걸리고, 농아인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수사관 역시 거의 없는 탓이다. 법정에서도 농아인은 차별받는다. 법률 전문 수화 통역사가 태부족해 재판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해서다. 행복팀 사건을 담당했던 김대규 경정은 “농아인들에겐 문서로 설명할 때도 하나하나 짚어주며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때문에 피해 예방 교육을 나갈 때도 경찰 정복을 입고 나가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경정은 올해도 농아인 대상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고 직접 수화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농아인을 비롯한 장애인의 특성을 수사관들에게 교육시키는 등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이 김 경정의 지적이다.

임 변호사는 “‘제 2 행복팀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기관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장애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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