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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세먼지 줄이려면 자전거우선도로 없애라

입력
2019.03.31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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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 외부 요인인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 노력만으로 줄일 수 없으니,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도 강력한 조치들로 줄여야 한다.

서유럽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나라는 프랑스다. 파리의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에어파리프에 따르면 2017년 파리의 연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4㎍(마이크로그램)이다. 물론 같은 기간 서울의 25㎍보다는 많이 낮다.

그런데도 파리시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2017년부터 강도 높은 미세먼지 저감 조치들을 취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도로의 확대다. 파리의 대부분 차도에서 한 개 차선을 자전거도로로 할당했고 이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센 강변이나 오페라가르니에 근처의 골목처럼 좁은 일방향 편도 2차선 도로마저도 1개 차선을 자전거도로로 바꿔놓았다. 그 바람에 자동차들은 차선 하나에 몰려 길게 줄을 선 반면 자전거들은 그 옆을 쌩쌩 지나쳐 달린다.

여기 그치지 않고 파리시는 곳곳에서 자동차의 주행 속도를 최고 30㎞로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가 자전거이용자들을 위협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파리에서는 신호 대기와 차선 축소 영향으로 자동차의 평균 시내 주행 속도가 15㎞라고 한다.

프랑스 정부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에게 수당을 주고 기업들에게도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라고 법으로 강제할 방침이다. 출퇴근용 자전거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제공한 기업에게는 올해부터 법인세도 깎아준다.

프랑스가 이처럼 자동차를 박해하고 자전거를 우대하는 이유는 사후 대책보다 원인제거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덕분에 에어파리프 조사 결과 대기 오염이 심한 날이 2012년 30일에서 2017년 12일 이내로 감소했다.

물론 파리시의 자전거 도로 확대에 반대한 사람도 많았다. 특히 도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컸다.하지만 파리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정책을 강행했다.

서울시도 공용 자전거 따릉이를 늘리며 자전거 도로를 확대했다. 그런데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는 한 번에 이어지는 곳이 별로 없고 곳곳에서 끊어진다. 도로변 상점들의 이해 관계 등이 얽히면서 이 빠진 빗처럼 도로 곳곳이 단절된다. 그 바람에 자전거가 인도로 올라가며 행인들과 섞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려고 청계천 일부와 서울 용산에서 서울역 구간 등에 자전거 우선도로를 적용했다. 그러나 말이 자전거 우선일 뿐 실상은 자동차가 꽉 메우고 있어서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더러 위협하듯 자전거 옆에 바짝 붙어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들도 있어서 아주 위험하다.

이런 자전거 우선도로는 없는 게 낫다.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에 불과할 뿐 자전거 이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알고도 서울시가 자전거 우선도로를 시행했는지 의문이다.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박원순 시장이 평일 출퇴근 시간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우선도로를 20~30분 달려볼 것을 권한다.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자전거 우선도로를 모두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꿔야 한다. 즉 파리처럼 도로변 1개 차선을 아예 자전거 전용도로로 할당해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차단봉을 설치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 확대로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 땅에 굴러다니는 자동차가 2,300만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중 6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가 줄든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반발도 클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우선 고려할 것은 발암물질로부터 지켜야 할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그래서 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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