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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NS의 역습

입력
2019.03.25 04:40
수정
2019.03.25 08: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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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이 구속됐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화제가 그쪽으로 쏠렸다. 구속이 꼬리자르기 아니냐고 묻는다. 승리의 버닝썬 사건 이야기가 이어졌다. 청와대 근무 경력의 총경과 승리의 관계, 나아가 정계 거물 연루 의혹이 거론됐다. 한편에서는 관심 돌리기라고 한다. 장자연 김학의 건을 묻으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아니, 도대체 덮으려는 진짜 이슈가 무엇일까. 더는 미디어를 믿지 않는 현대인들은 결국 통로를 SNS로 대체해 가고 있었다. SNS가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며 각자의 인식의 틀로 뉴스를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5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뉴질랜드 이슬람테러는 충격적이었다. 게임 중계하듯 범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를 했다. 21억명,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일종의 세계인의 자아 집합소이기도 하고, 거대한 정보 수집기관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사건 후 테러 동영상이 나도는 등 늑장 대처로 비난을 샀다. 8,000만명 개인정보유출사고를 내고도 페이스북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한국에서는 연예인들의 SNS가 논란거리다. 마약, 성매매, 경찰유착, 탈세, 연예인 등이 등장하는 조폭영화 한편을 연상시키는 버닝썬 사건. 그 사건에 연루된 승리가 1,600여장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진 중 증거가 될 수도 있는 경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돌연 삭제했다. 게다가 정준영이 한국의 페이스북에 해당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성범죄 동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했다.

SNS를 통해 인간관계는 인스턴트적이고, 파괴적이며 파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디지털시대 인간이 첨단기술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오는 슬픈 현실 일 수 있다. 극단적 비유일 수 있지만 사용자들은 마약딜러에게 한 봉지를 헐값에 받아 들고 즐기다 결국 마약중독자가 되는 것처럼 SNS 중독자가 돼가고 있다. 자유와 독자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SNS에서만은 은밀하고 사적인 내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지 오웰도 이런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주위에는 50여 개가 넘는 단톡방을 가진 이도 있다. 인간은 첨단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완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술에 의해 인간이 배제되고, 인간성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자신도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을까. ‘승츠비’ 승리는 지금 성매매와 경찰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때 그들은 페이스북의 팔로워와 좋아요의 엄지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생각했으리라. 그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그러나 실제 그들의 삶은 디지털화 과정에서 점차 시스템에 종속돼 가면서 힘과 권력을 박탈당한 채 주체가 아닌 종속적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인간과 신이 사라진 테크놀로지라는 메트릭스 안에서 가짜 세계에 갇혀 감정과 오감이 마비되고 돈과 쾌락의 늪에 빠진 채.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개맡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집을 나온 후에도 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더 이상 디지털 도구가 아닌 신체의 일부다. 검색을 하고, 쇼핑을 하고, TV 시청을 하고, SNS를 하고, 전자 신용카드가 되고, 여권과 열쇠 역할까지 동시에 한다. 여전히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까톡’같은 푸시음을 내면서 SNS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반가움과 귀찮음의 양가(兩價) 감정을 느끼게 되리라. 우리는 외딴길 통나무 다리를 건너듯 조심해야 한다. SNS와 현실을 오가며 두 세계를 어떻게 정립해 가야 할 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한 세계를 또 다른 세계로 대치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삶이 어떤 비극을 마주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일을 했는데 그것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 일을 한 게 맞는 것일까”라는 사용자들의 혼자말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ㆍ’해커묵시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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