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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0% 폭등했던 서울 집값, 1%도 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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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0% 폭등했던 서울 집값, 1%도 안 내렸다

입력
2019.03.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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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ㆍ13 대책 이후 6개월] 

 실수요자 “작년초 7억대 주택, 아직도 9억대… 내집 꿈 미뤄” 

 거래절벽 속 강북 아파트는 되레 오르고 지방은 끝모를 추락 

지난 2년간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 매매가격 - 송정근 기자
지난 2년간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 매매가격 - 송정근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회사원 유모(41)씨는 지난달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해 정부의 ‘9ㆍ13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는 뉴스에 드디어 ‘집을 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둘러본 공인중개업소에서 접한 현실은 사뭇 달랐다. 유씨는 “작년 이맘때 7억5,000만원 정도이던 집이 작년 중순 이후 1억원 더 올랐는데 여전히 8억5,000~9억원대”라며 “당분간 내집 마련은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 한복판인 도곡동 도곡쌍용예가 아파트의 전용면적 66㎡는 지난 2017년 9월 8억6,000만원에서 9ㆍ13 대책 이후인 지난해 12월 11억7,000만원, 올 1월엔 3,000만원 더 오른 12억원에 팔렸다. 이 매물은 요즘도 12억원에 나와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취급하는 물건을 보면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힘들다”며 “매수자가 사고 싶어하는 금액은 크게 내려갔는데, 팔겠다는 가격과 격차가 너무 커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광풍’으로 불릴만큼 폭등 양상을 보이던 전국 부동산 가격이 9ㆍ13 대책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상당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등으로 가격 급등세는 틀어 막았지만, 전국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며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광풍의 진원지 서울 지역 집값은 여전히 꼭지 수준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투기심리가 걷힌 일부 이상 급등지역 매물 가격만 떨어졌을 뿐, 대부분 지역 집값은 예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되려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 마른 9ㆍ13 이후 6개월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가격은 2014년 7월 이후 작년 12월까지 무려 53개월 연속 상승(전월 대비)했다. 이 기간 집값 상승률은 약 20%에 달한다. 반면 집값이 하락한 것은 올 1월(-0.20%)과 2월(-0.19%) 두 달간 -0.4% 가량이 전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2014년 7월 이후 불과 4개월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9ㆍ13 대책 이후 작년 11월부터 17주 연속 하락했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역시 하락폭은 크지 않다.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0.89%가 내렸을 뿐이다.

9ㆍ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3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일일 거래량은 평균 49.8건(총 647건)에 불과하다. 작년 9월 1만2,229건에서 11월 3,533건, 올해 1월에는 1,870건, 지난달 1,589건까지 급감세다.

이처럼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걸로 보는 매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3월 기준 부동산 가격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4%가 “가격이 더 하락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 주택(아파트ㆍ단독ㆍ빌라) 매매가격 변동률/ 강준구 기자
서울 주택(아파트ㆍ단독ㆍ빌라) 매매가격 변동률/ 강준구 기자

 ◇‘찔끔’ 내린 강남 집값 

하지만 여전히 서울의 집값 하락을 체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9ㆍ13 대책 이후 수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져 거래된 곳은,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 등 투자수요가 몰렸던 곳뿐이기 때문이다.

실제 잠실 주공5단지의 전용면적 76.49㎡는 지난해 8월말 시세가 최고 19억3,000만원이었으나 작년 12월 17억∼17억2,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는 16억2,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해 9월 최고 18억5,000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고점대비 3억∼4억원 이상 싸게 거래가 성사됐다.

반면 대부분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더딘 편이다. 재건축과 달리 실수요가 많아 급매물이 적고, 가격 낙폭도 크지 않아서다. 서울 아파트값이 9ㆍ13 대책 이후 4개월간 0.89% 떨어졌다지만, 대책 발표 직전 4개월(2018년 5월∼9월)간 3.25%, 직전 1년간은 9.18%나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하락폭이 미미한 것이다. 강남4구도 대책 발표 직전 4개월간 2.86%, 1년간은 10% 가까이 올랐다.

하락은커녕, 9ㆍ13 대책 이후 오히려 가격이 오른 곳도 적지 않다. 강남구 일원동 수서1단지의 경우, 전용 39㎡가 2017년 11월 5억3,300만원에서 지난해 9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요즘도 7억4,000~7,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94㎡는 지난 1월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의 사상 최고기록(30억8,000만원)을 올 들어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도곡역 인근 D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동부센트레빌 전용 121㎡이 최근 25억6,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7월 최고가 기록(25억5,000만원)보다 1,000만원 더 올랐고, 현재 매물도 26억원까지 나와 있다”며 “인기 단지들은 오히려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이 됐지만 집값 급등의 진원이던 서울 지역 주택가격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단지 내 상가 건물에 나란히 입주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모습. 이한호 기자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이 됐지만 집값 급등의 진원이던 서울 지역 주택가격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단지 내 상가 건물에 나란히 입주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모습. 이한호 기자

 ◇강북 집값은 더 올랐다 

서울 강북권 단지들은 9ㆍ13 대책 이후에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목 받는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세가 강북권 아파트값 상승세를 가리는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가격)은 6억367만원으로 전월 대비 51만원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9ㆍ13 대책 효과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 강남ㆍ북 아파트값 흐름은 확연히 갈렸다. 강남 11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10월 10억6,639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2월(10억4,506만원)까지 4개월 연속 떨어졌다. 하지만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8월 5억3,376만원에서 9월 5억6,757만원으로 급등한 이후에도 계속 올라 올해 1월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7월 5억7,000만원에 실거래된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지난해 6월 7억5,000만원으로, 올 2월에는 8억500만원까지 거래되면서 1년 반 만에 2억3,500만원이나 뛰었다. 비슷한 기간 전농동 ‘래미안 아름숲’ 전용 84㎡짜리도 3억2,000만원이나 상승했다.

강북권 아파트값 상승 이유는 수요가 꾸준해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직장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면서 강남권보다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층의 대기수요가 길어 가격 하락이 더디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강준구 기자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강준구 기자

 ◇지방은 가파른 하락 

반대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연일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월 대비 월간 지방 주택매매 가격은 지난 2017년 9월 이후 18개월째 하락세다.

특히 미분양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작년 5월 5만가구를 넘어선 이후 올해 1월 5만1,00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미분양 주택(5만9,162가구)의 8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체 1만7,981가구 중 1만5,448가구가 지방에 퍼져 있다.

대도시 부산에서도 최근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 지난 1월 5,224가구로 1년 새 2,933가구(128.0%)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28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진구는 규제가 풀린 지 두 달 만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지방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결국 일반분양 계약해지에 들어간 사례도 발생했다. 경남 창원시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 아파트는 95%에 달하는 미분양 부담을 견디지 못 하고 최근 일반분양 계약자 40명에게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한 뒤 해당 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매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아파트 경매건수는 △창원시(1,060건) △거제시(569건) △군산시(361건) 등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8월 경매로 나온 경남 거제시 능포동 화찬아파트 83㎡는 세 차례나 유찰된 끝에 올해 1월 5,500만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 1억2,20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지역경제 침체이지만 서울 집값이 얼어붙은 여파도 있다”며 “1만가구가 넘는 악성 미분양에 대한 대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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