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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서로 통큰 결단만 기대… 두 정상 모두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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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서로 통큰 결단만 기대… 두 정상 모두 오판”

입력
2019.03.03 18:13
수정
2019.03.03 19: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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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패 카드 꺼내놓고선 둘 친분으로’뜻밖의 결과’ 희망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사흘이 지났음에도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예견된 결과”라는 총평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양측 입장이 애초부터 너무 달랐고,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봉합 가능한 수준도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의 ‘오판’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회담에 관여한 미 당국자 6명을 인터뷰한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괄타결’을 요구하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일괄타결은 북한이 한 번에 모든 핵무기와 시설을 포기하면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발전을 돕는다는 것으로, 과거 미 행정부에서도 북한을 설득하지 못했던 전략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마저 이 같은 방식으로 비핵화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보고, 북미 회담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김정은에게 놀아나는 게 아니냐’는 참모진의 우려에도 불구, 그는 백악관 방문객들에게 김 위원장이 보낸 ‘아름다운 편지들’을 보여주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개인적 관계’를 무기 삼아 똑 같은 협상 전략을 고수하는 바람에 과거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게 됐다.

김 위원장 역시 비슷한 오판을 저질렀다. 영변 핵시설 해체를 대가로 대북제재의 전면 완화를 이끌어내려 했던 북한 측 요구사항은 정상회담 이전 실무협상에서 이미 미국 측에 ‘거절당한 카드’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더 완화된 제안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쪽에 모험을 걸었다. 이처럼 각자 잘못된 판단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가 수용할 수 없는 패를 쥐고 하노이에서 만나게 됐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상회담을 열기에는 양측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고 전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북한의 ‘통 큰 결단’이었으나, 북한은 그럴 의사가 없으면서 지나치게 큰 요구사항만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WSJ는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가 수십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영변 핵시설 부분 해체의 대가로 양보할 만한 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뚜렷한 입장차에도 불구,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대면했을 때 나올 수도 있는 ‘뜻밖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양 정상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점 등에 기대어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이 먼저 굽히고 나서길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은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완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 언론은 이번 회담 결렬로 북미 관계가 당장 끝장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WSJ는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의 파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무엇이 벌어질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미 당국자들은 ‘미사일ㆍ핵무기 실험의 중단은 계속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 말에 고무돼 있으며, 북한이 영변시설 해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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