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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대치 낮춰야 할 ‘하노이 서밋’

입력
2019.02.1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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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다가 오는 봄에는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더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측은 녹록치 않다. 과거 북미 양국이 합의한 것보다 더 혁신적이거나 더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없고, 북한 비핵화에 미국이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나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과거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 방안을 1994년 ‘제네바 합의문’, 2005년 ‘9ㆍ19 공동성명문’과 2007년의 ‘2ㆍ13 공동성명문’ 등을 통해 이미 밝혔다. 또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 과정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거의 모두 소진시켰다. 그 결과 이들 문건의 합의 사항은 네 가지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검증 및 폐기, 미국의 핵 불위협과 북한의 안보보장, 미국의 대북 교역과 투자 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다른 점은 북한 핵시설의 검증 대상이 확대됐고, 핵개발 의지와 계획 포기의 초기 요구가 지속적인 개발로 시설 폐기로 변했다.

제네바 합의문은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과 핵시설 포기(abandonment)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미국 핵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활동 범위와 영역을 둘러싸고 북한과 예상치 못한 갈등이 발생했다. 북한은 이들의 요구가 합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것이라며 사찰 거부와 사찰단 추방 등의 극단적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불상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은 것이 ‘9ㆍ19 공동성명’이었다. 이 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계정상화 조치 이행을 담보했다.

그러나 북미 양국이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에 불성실했고 북한은 2006년 9월에 첫 핵실험을 한다. 이런 배경에서 ‘2ㆍ13 공동성명’이 나왔다. 이 때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봉인과 국제사찰단의 복귀가 합의됐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의 종료를 약속했다. 국제사회는 중유 제공을 약속했다.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를 담보로 북미와 북일 수교, 평화협정의 정전협정 대체를 공동 추진하는 것도 합의됐다.

북미 간 과거 합의 사항을 보면 더 이상 새로운 합의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작년 6월의 1차 회담 결과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현실은 그 반대다. ‘적성국’, ‘적국’, ‘전쟁국’, ‘공산주의국가’ 등과 같은 미국의 대북 제재 명분은 모두 정치적인 것이라 정치적 해결을 전제한다. 다시 말해 북미 수교만이 해결의 열쇠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쉽게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것이다. 아마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이미 작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포석을 두었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간 합의 결과물이 나온다면 과거 합의 사항과 유사한 것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3일 우리 국회 방문단에게 밝혔듯 이제 합의문은 중요하지 않다. 행동으로 북한이 모든 걸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어떤 합의문도 가치가 없다. 북한의 기만과 회피는 봄날 황사나 미세먼지처럼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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