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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도전

입력
2019.02.18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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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포용적 성장’을 통한 경제번영을 추구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충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 국가 노동력의 절대 다수가 생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한다면, 경제성장은 달성하기 힘들거나, 달성하더라도 성장의 과실은 극소수에게 집중된다. 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면,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현재 많은 나라에서 볼 수 있듯이 권위주의적 정치세력이나 반이민주의자들이 득세할 위험도 커진다.

좋은 일자리의 정의는 나라의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대개 좋은 일자리란 안전한 근로여건, 단체 교섭권, 독단적 해고금지 규정과 같은 핵심적인 노동 보호 제도를 갖춘 정규직이다. 이런 좋은 일자리를 통해 주택, 음식, 교통, 교육 등의 가계 지출과 저축을 위한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전 세계 민간 기업들은 직원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고용인들에게 더 높은 임금, 더 많은 자치권, 더 큰 책임감을 주며 더 좋은 대우를 하는 기업들이 더 낮은 이직률, 더 높은 사기진작을 통해 향상된 생산성을 실현하는 사례는 많다.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 제이넵 톤 부교수는 오랫동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경영 전략은 근로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유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의 능력으론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요즘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생산 구조와 노동력 구조 간의 불일치가 느는 점이 골칫거리다. 대부분 노동자의 숙련도가 낮은 반면 생산은 점차 기술 집약화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와 그 나라 기존 노동자의 작업 유형 사이에 격차가 생겨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점차 자동화되고 디지털화되며 기술과 세계화가 이 격차를 넓히고 있다. 이제까지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았지만, 지금은 기술 진보가 노동력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교역과 투자 흐름이나 글로벌 기업의 경영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 기술간 차이를 없애면서, 기술과 자본이 뒤떨어지는 가난한 나라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점점 어렵게 돼가고 있다.

그 결과 이중적 경제 구조가 극심해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모든 경제는 글로벌하게 묶여있으며 소수만 고용하는 선진 부문과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다수의 노동력을 갖춘 저 생산성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두 부문이 가져가는 몫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춘 기업들이 분명 많이 늘었다. 하지만 질적으로 비교하면 부국이나 빈국의 상황은 꽤 비슷하다. 같은 유형의 불평등, 배척, 정치적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논리상 생산성과 노동력의 구조 간 불일치를 줄이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기술과 직업 훈련에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정치인들이 주로 주목하는 방법이다. 대부분 노동자가 선진 기술이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습득한다면, 고 생산성 분야가 뒤처진 이들의 희생의 대가로 확장하는 이중구조가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인적 자본 투자 정책들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정책이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먼 미래에나 나타난다. 이는 현재 노동시장의 현실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룻밤 새에 노동력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초보자를 교육하는 사회의 능력보다, 기술이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는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성공한 기업에 미숙련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노동자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국가의 경우 정부가 취업을 늘리도록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 선진국 정부는 기술혁신의 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종종 미숙련자를 보호해 사회적으로 더욱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을 진행하려는 기업보다, 자본집약적 혁신으로 미숙련자를 해고하려는 기업에 더 많이 보조금을 주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두 번째 정책은 개발도상국들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개도국 발전의 주 장애물은 다수 미숙련자를 대체할 숙련 기술이나 자본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의 숙련도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엄격한 품질 기준을 맞추기 불가능해 기계에 대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인도나 에티오피아처럼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들조차 부분적으로 자본집약적인 생산시설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제약은 개도국 전반에 해당한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중산층 국가부터 에티오피아와 같은 저소득층 국가들까지 많은 개발도상국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국가는 교육기관 개선으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힘들고, 선진 분야들은 공급 과잉상태인 미숙련 노동자를 흡수하기 불가능하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3의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바로 중간 단계의 노동집약도와 저숙련 경제활동 분야를 키우는 것이다. 관광업과 비전통적 농업이 노동 흡수형 분야의 주된 예이다. 경제 개발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등한시해온 건설이나 서비스 분야의 공공 고용도 유망한 분야이다. 이런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중간 단계의 경제활동은 주로 쉽게 이윤을 내거나 생산성을 향상하기 어려운 공공영역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중소기업들이 맡아왔다. 하지만 이런 분야야말로 비공식 부문의 대안적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모든 정부가 가장 선진화된 기술을 활성화하고, 가장 생산적인 기업을 키우는 데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있다. 그러나 중산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한다면 엄청난 사회비용과 정책비용이 들게 될 것이다. 이런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각 나라 처지에 맞춰 가장 우세한 기술 구성요소들을 잘 배치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차별화한 발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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