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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민소환제

입력
2019.02.13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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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여파로 국민소환제 도입 여론이 또 나오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선출직 공직자가 법을 위반하거나 부당 행위를 했을 때 국민이 발의하고 투표해 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국민투표’ ‘국민발안’과 함께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장치로 꼽힌다. 선거 때는 몰랐다가 뒤늦게 문제 의원이 드러났을 때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유권자가 언제든 의원을 해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이나 ‘주권재임’의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 그러나 실제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드물다. 대통령 등 모든 선출직을 국민이 소환해 해임할 수 있는 강력한 국민소환제를 채택한 곳은 베네수엘라 정도다.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리히텐슈타인 등은 의원 소환이 가능하다. 서구 선진국 대부분이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이 제도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위임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간 정책 대립이나 정적 제거 등의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도 고려된다. 국내 관련법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으로 소환 범위를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근대민주주의를 선도한 영국은 2015년 의원소환법을 제정했다. 하원의원 수당 남용 사건으로 홍역을 겪은 뒤 도입된 이 법은 형사문제로 형이 확정되거나 비용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할 경우, 또 하원 윤리위에서 회기일 10일 이상 정직 처분을 받았을 때 하원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해당 선거구 유권자 10% 이상이 동의하면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지난해 외국 정부 후원으로 공짜 여행 다녀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한 의원이 소환됐지만 유권자 서명이 10%를 넘지 못해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 국내에서도 과거 수차례 국민소환법이 발의됐고, 지금도 여야가 관련법을 내놨다. 정부가 지난해 공개한 개헌안에도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바른정당 시절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에서 “국회의원의 품위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도 선거를 통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법 외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자성의 의미를 담아 한국당이 국민소환제 도입에 앞장서기를 권해 본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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