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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와 ‘깡패무역’

입력
2019.02.11 18:00
수정
2019.02.11 18: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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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340억달러어치에 25%의 보복 고율관세 부과를 감행하면서 중국에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을 때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과 관련해 ‘깡패(gang of hoodlums)’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미국의 ‘도발’을 비난했다. 깡패란 ‘가치나 원칙도 없이 멋대로 폭력을 쓰고 행패를 부리며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다. ‘무법자’나 ‘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붙은 몇몇 별명에도 ‘멋대로 행보’에 대한 비난의 뜻이 담겨 있다.

□ 하지만 2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을 엉뚱한 돈키호테로 여기는 시각은 이제 별로 없다. 대신 옳든 그르든,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나름대로의 확고한 입장과 전략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를 쓴 미 국무부 출신 안보전문가 피터 자이한도 그런 분석의 대표자다. 그는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 움직임은 트럼프 개인 탓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미국이 장기 세계 전략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자이한에 따르면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담당해 온 ‘국제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스스로 버리고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선 배경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결이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경제적으로 금환본위제를 통해 환율 안정, 자유무역과 경제성장의 확대를 추구해 온 국제통화시스템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구 소련과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세계의 안보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으로서는 동맹국들에 시혜적으로 시장을 내준 상황이 빚어졌다.

□ 그런데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동맹국들에 더는 시혜를 베풀 이유가 없어졌다. 그런 역사적 맥락이 중국이 ‘깡패 같은 행동’이라고 비난한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벌어진 진짜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와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이 말한 ‘깡패무역’을 거둘 가능성이 별로 없다. 미국은 맹방이었던 우리나라의 세탁기와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막무가내식 관세 부과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전방위 수출 위기 조짐 속에서 우리가 기대해 온 미국의 전통적 ‘호의’까지 사라져버린 분명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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