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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윤한덕 센터장의 죽음… 의사도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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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윤한덕 센터장의 죽음… 의사도 휴식이 필요하다

입력
2019.02.11 22: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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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죽음은 우리의 의료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낮은 의료수가에 따른 양적 팽창으로 버티고 있는 한국 의료가 드디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은 평소에도 거의 귀가하지 못한 채 센터장실 간이 침대에서 잠을 해결하며 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최근 가천의대 인천길병원 전공의가 갑자기 사망했다. 사인을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도 35시간 연속 일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너무나 열악한 수련환경에 있는 전공의는 잠을 잘 시간이 거의 없다. 당직할 때도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실에서 수시로 연락이 오다 보니, 잠을 충분히 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나마 요즘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생겨 어느 정도 나아지기는 했다.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가 1주일에 80시간 이하로만 근무하게 돼 있고, 연속 36시간 초과 근무 금지, 연속 수련 후 최소 10시간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비하면 전공의들의 1주일 80시간 근무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하고, 배워야 할 술기(術技)나 지식이 방대해 1주일 80시간 근무로 수련이 충분한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인기리에 끝난 TV드라마 ‘SKY 캐슬’ 내용에서 의대만 진학하면 인생이 순탄하게 풀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의료현장은 참담할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만성과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인정기준은 주 60시간을 초과할 때라고 하니, 전공의들은 거의 대부분 만성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점점 힘든 진료과는 지원하지 않게 되고, 기피 진료과에는 전공의들이 적어 이들이 다른 진료과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10년 후에는 어떤 진료과에는 의사가 없어 환자가 수술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양질의 의료를 받으려면 의사들이 충분히 휴식하는 등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고, 쉬는 것은 게으르고 나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쉬지 않는다면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의사들의 충분한 잠과 휴식은 결국 환자 진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직업 특성상 응급상황이 밤낮없이 발생하기에 의사들의 피로, 즉 소진(burn-out)은 외국에서도 이슈다. 세계적인 의료정보 사이트 ‘메스케이프(Medscape)’에 게재된 한 서베이에 의하면, 의사들의 42% 정도가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15% 정도는 우울증상까지 보인다. 특히 45~54세 중년 의사들의 절반 정도에서 심한 소진을 경험했다. 여의사들이 소진을 더 많이 겪는데, 아이들을 돌보는 등 집안일과 병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중환자실 신경과 응급의학과 내과 산부인과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소진을 많이 겪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소진과 우울증상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한다.

소진을 해결하는 방법은 휴식과 적절한 수면, 운동 등이다. 여유를 갖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적절히 다스려야 피로를 없앨 수 있고, 환자들은 더 정확하고 수준 높은 진료를 받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의사뿐만 아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다른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근무시간과 휴식을 지켜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지 않게 되고, 능률적으로 일도 할 수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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