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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품행정] "차 안에서 등본 뗀다"…주민센터도 '드라이브 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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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품행정] "차 안에서 등본 뗀다"…주민센터도 '드라이브 스루'

입력
2019.02.11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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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광주 첨단 2동 주민센터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차량 안에서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광산구 제공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차량 안에서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광산구 제공

행정의 최일선 기관인 주민센터.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민원 서류 발급과 복지 서비스가 주업무여서 민원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주민센터를 찾는 민원인의 80% 가량이 차량을 이용하는 탓에 대부분 주민센터들이 주차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센터들이 공공청사로서 주차장 확보 기준을 지켰다고는 하지만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센터 인근 이면도로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넘쳐난다. 주민센터가 풀어야 할 숙제지만 해결책이 마땅찮아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는 이런 고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서류 발급을 위해 이곳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주차 걱정은 “1도 없다.” 2015년 12월 전국 최초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ㆍ승차구매)’ 민원센터를 주차장에 설치해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실 첨단2동 주민센터의 주차 환경도 여느 주민센터와 다르지 않았다. 주차장 수용 능력이 고작 12대였다. 주민센터가 상가 밀집 지역에 위치해 추가 부지 매입이나 대체 주차 공간 확보도 쉽지 않은 탓이 컸다. 하루 평균 민원 방문객 540명 중 400여명이 차량 방문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주민센터에 주차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이곳에 주차하기 위해선 주민센터 주변을 두세 바퀴 돌아야 한다는 건 차를 몰고 온 민원인들이 사이에선 일종의 통과의례로 자리잡은 터였다.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차량 안에서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첨단2동 주민센터 제공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차량 안에서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첨단2동 주민센터 제공

이 때문에 주민등록등본 한 통 떼려고 주민센터를 방문한 민원인들이 주차하는 데만 평균 5~10분이 걸렸다. 여기에 서류 발급을 위한 대기 시간에 업무처리 시간까지 합하면 통상 15~30분은 걸려야 원하는 바를 받을 수 있었다. 운 좋게 주차장에 들어서더라도 진출입로가 1개인 데다, 주차 공간도 협소해 주차 시비는 물론 차량 접촉 사고도 비일비재했다. 주민센터 측은 “민원(民願) 업무 처리보다 민원(民怨)만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일자 결국 수를 냈다. 즉결 민원 가운데 장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는 단순 발급 민원이 전체 업무의 92%를 차지한다는 데 착안해 패스트푸드 가게의 드라이브 스루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민원인이 주차하지 않고 차 안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 58종의 민원 서류를 발급받게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당장 민원 처리 소요 시간이 평균 3~9분으로 줄면서 대기 시간이 최대 21분 단축됐다. 주차장 내 차량 접촉 사고도 99% 감소했고, 그 만큼 민원인 만족도는 상승했다. 주민센터 측은 주차장 확장 예산 800여만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덕분에 드라이브 스루 민원센터는 국민생활 밀접 행정민원제도 개선 경진대회에서 민원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돼 2017년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광산구는 수완동 주민센터에 드라이브 스루 민원센터 2호점을 4월 선보일 예정이다.

이정삼 광산구 부구청장은 “갈수록 심해지는 주차난 해결을 위해 번화가의 비싼 땅을 혈세로 매입하는 악순환을 끊고, 내방객의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를 시행하게 됐다”며 “주차난이 심각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드라이브 스루가 설치된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 전경. 안경호 기자
드라이브 스루가 설치된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 전경.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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