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황상진 칼럼] ‘확증 편향’ 키우는 ‘갓튜브’

입력
2019.02.07 18:00
수정
2019.02.08 15:20
30면
0 0

‘추천 알고리즘’으로 정상 오른 유튜브

‘내 멋대로 주장’하는 정치인 유튜버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 사회’ 부추겨

유튜브가 한국 사회를 집어삼킬 기세다. 10대 전용 공간으로 출발한 유튜브는 이제 50, 60대 이상까지 포함한 전 세대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갓튜브’(God와 유튜브의 합성어)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연간 총이용 시간이 유튜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가도 1년 사이 34% 추락한 것이 ‘갓튜브’의 성공을 실감케 한다. 그 사이 유튜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 이슈를 주도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유튜브의 성공에는 이용자 기호와 취향에 최적화한 ‘추천 알고리즘’이 크게 작용했다. 특정 동영상을 시청하면 계속해서 이용자가 즐겨 볼 만한 관련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유튜브에 붙잡아 두는 기술이다. 이용자로서는 더 보고 싶은 동영상을 재검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튜브 체류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유튜브는 이것을 기반으로 광고 노출을 해서 큰 상업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 약 13억 개의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고, 이 순간에도 분당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새로 올라오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것도 유튜브의 강점이다.

그러나 유튜브의 힘이 커지면서 한국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누구나 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ㆍ유통시킬 수 있고, 인공지능(AI)이 선호 콘텐츠를 눈앞에 제시해주는 기술적 특징이 양날의 칼처럼 작용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념, 세대, 계층 간 갈등과 대립이 심각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유튜브가 소통과 이해보다 불통과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가 처음 언급한 ‘필터 버블(Filter Bubble)’, 그리고 그로 인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확산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정보제공 사업자가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제 입맛에 맞게 ‘걸러진 정보’만 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치ㆍ사회적 이슈에서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만 더 강화하게 되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과 확증 편향 강화가 상호 작용하며 빚어내는 악순환이 정치적 진영 논리와 결합하면서 그 폐해가 막대해지고 있다. 다름에 대한 배려와 인정, 이해와 포용, 통합과 같은 가치들은 사라지고 대신 혐오와 배제, 차별과 분열 같은 극단주의가 빈자리를 꿰차며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진영을 대표하는(하려는) 보수 정치인들의 교묘한 선동이 있다. 그들의 주무기는 대부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하려고도 하지) 않은 ‘내 마음대로 해석’이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5ㆍ18 성격에 대한 대법원 판결조차 허위 여부를 판명한 게 아니라며 ‘5ㆍ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동영상 삭제 요구를 거부한 유튜브는 그들에겐 성지다. ‘정치인 유튜버’들이 종횡무진 하는 사이 지지 세력의 결집은 공고해지겠지만 한국 사회의 파열음은 커져 가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반대 의견을 포용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자 목표임에도 우리 사회는 대결로만 치닫는 형국이다.

‘짤’(7일 자 16면 ‘view&’) 못지않게 어르신 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SNS를 통한 유튜브 링크 전파다. 언론의 게이트키핑을 제대로 거친 기사나 콘텐츠라면 좋겠지만 대부분 보수 진영 정치인들의 해괴한 주장을 담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어르신들은 얼토당토 않은 정치인들의 주장에 “내 말이 그 말”이라며 무릎을 친다. ‘카더라’조차 사실로 받아들인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하면 역정을 낸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장면이다. 사실과 주장을 제대로 걸러야 할 기성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설 연휴 단상이다.

논설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