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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권 위기의 징후들

입력
2019.02.0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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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사고는 대형사고를 예고하는 경보

도를 넘은 여권의 막말은 위기의 반증

소수 의견, 야권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여권에 악재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통상 이 시기가 가장 조심해야 할 고비다. 자칫 레임덕을 조기에 불러오거나, 집권 후반기에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우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는 집권 3년차에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소지가 있다. 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me tooㆍ나도 말한다)로 개인적으로 패가망신 위기고, 더불어민주당에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의 입 놀림은 도를 넘어 화를 자초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탄핵당한 세력들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하느냐”고 했다. ‘감히’라니, 스스로 왕을 떠받드는 충신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할 요량이지만 듣기가 거북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언급했다. “판결이 보신과 보복의 수단이 되고 있다. 개혁에 맞서려는 적폐세력의 저항은 당랑거철일 뿐이다. 반드시 국민의 힘에 의해 제압될 것이다.” 당랑거철은 사마귀가 수레를 막으려는 것으로, ‘감히’ 강자에게 덤빈다는 의미다. 문자속은 기특하나 김 지사를 구속한 성창호 판사에 대한 협박에 다름없다. 삼권분립 따위는 안중에 전혀 없다. 이 정도면 ‘막가자는 거죠’다.

여권 지도부는 유난히 동물비유를 즐기는 것 같다. 이미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자신을 미꾸라지 꼴뚜기 망둥이 피라미 등으로 비유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최민희 민주당 경기도당 남양주시병 지역위원장에 대해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제는 사마귀까지 나왔다. 여권의 잦은 모욕적 언어폭력은 역설적으로 정권의 위기의식을 반증한다.

잦은 사고는 대형사고를 예고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김태우의 계속된 폭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제보, 서영교 의원의 재판거래 혐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문화재거리 투기의혹,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경질 등이 예후다. 여기에 김 지사와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이 기름을 끼얹었다.

보수건 진보건 정권은 수시로 위기에 빠지기 마련이다. 정권의 무능과 부패, 경제파탄, 국론분열, 외세압박 등이 과거 정권 위기의 공통적 징후다. 이들 징후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정권 퇴락을 재촉한다. 리더십 위기는 곧 ‘레임덕’으로 이어진다. 변화와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채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기 두려워하고 거부하기 때문에 위기가 다가온다. 리더는 소수의 의견이나 적대세력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판을 수용하고 낡은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 등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을 보면 과거 정권을 미워하면서 닮아가는 모양새다. “과거에 붙들린 사고방식은 최신 지도와 도로 정보를 반영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달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고 했다. (‘미래의 단서’, 존 나이스비트 저)

비판의 목소리가 정권 상부에서 공유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참모들에 의해 통제 되기 때문이다. 위기 경보를 울리고 진실을 전달하는 ‘악마의 대변자’는 설 곳이 없고, 정보의 흐름은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소통을 외치지만 정작 리더의 귀가 즐거운 정보만 걸러지고, 정권에 불리한 보도는 가짜뉴스로 지목되어 공격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리더는 진실과 멀어지고 위기와 가까워진다. 더욱이 대통령의 침묵이 오래가면 국민의 의심은 커진다. 고대 그리스 비극시인 소포클레스는 “가장 사악한 적은 내부의 나쁜 조언자”라고 했다. 작은 조직이건 큰 조직이건 가릴 것 없다. 기업에서는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오너가 싫어하는 내용이면 두 번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설 연휴 민심이 사납다. 다들 마음이 가볍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 사정도 별로인데 정치 흐름도 좋지 않다. 사회 양극화도 심각하다. 정치와 경제, 시민사회는 솥발처럼 정립(鼎立)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솥이 온전히 서있을 수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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