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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황금돼지띠 해’에 휘청대는 바둑계

입력
2019.02.02 13:31
수정
2019.02.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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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최대 기전인 ‘KB리그’ 파행 운행 불가피…‘시니어리그’는 후원사도 미정

롯데그룹 계열사와 ‘여자바둑리그’ 후원사 접촉 중이지만 최종 합의 못해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져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연초부터 바둑계가 휘청대고 있다. 국내 대표 기전들은 현재까지 후원사 유치나 팀 구성에 차질을 빚으면서 파행 운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말 터졌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를 계기로 들어선 한국기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바둑계 안팎에선 이미 국내 바둑계가 역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단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2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현재로선 ‘국민은행(KB)바둑리그’를 포함해 여자바둑리그와 시니어바둑리그까지 올해 정상 운영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불길한 조짐은 국내 최대 규모인 KB리그에서부터 감지된다. 지난해 KB리그(총 상금규모 34억원)에 참가했던 8개 팀 가운데 3개팀의 미참가는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신안천일염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고 BGF리테일의 경우, 최근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전임 한국기원 총재와 특수관계란 점에서 올해 KB리그 참가 가능성은 희박하다. 2년전부터 KB리그 불참 의사를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진 SK엔크린의 분위기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8개팀으로 치러졌던 KB리그에 신생팀의 창단도 없이 3개팀만 빠질 경우엔 대진표 짜기조차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KB리그에 참가할 팀을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익명의 한 프로바둑 기사는 “현재 상황으로선 올해 KB리그 운영은 어렵다고 들었다”며 “신안천일염이나 BGF리테일, SK엔크린 대신 KB리그에 참가할 팀을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KB리그의 존재감과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1,2부(퓨처스)리그로 나뉘어 팀을 구성, 한국 바둑의 경쟁력 향상에 마중물 역할을 해왔던 KB리그가 파행될 경우 입게 될 내상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수 년째 KB리그에 참가했던 한 프로기사는 “한국기원 소속 기사라면 KB리그 참가를 위해 1년 내내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KB리그 중단 사태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우승컵을 놓고 치열하게 펼쳐졌던 KB리그는 총 56경기에서 168대국으로 진행, 상위 4개팀 사이에서 최종 우승팀(포스코켐텍)이 결정됐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참가팀 감독들이 선수 선발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참가팀 감독들이 선수 선발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여자바둑리그는 더 심각하다. 당장, 2015년부터 창설된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엠디엠 리그 후원사도 앞서 미투 사태로 얼룩지면서 물러났던 전임 한국기원 총재 사퇴 시점에 맞물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후임 후원사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이미 참가팀 선수 선발과 감독 선임 등을 포함해 공개됐어야 할 세부 대회 일정이 여전히 백지 상태다. 현재 한국기원측에서 여자바둑리그의 후원과 관련, 롯데그룹 계열사와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한 여자 프로바둑 기사는 “지금 상태에서 불안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다”며 “기다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걱정했다. 여자바둑리그의 경우, KB리그에 참가하지 못한 국내 여자 프로바둑 기사들에겐 필수 기전이다. 지난해 9개팀이 각축을 벌였던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총 상금규모 8억 4,000만원)는 72경기에서 216국 대국으로 진행됐다.

중장년 기사들의 무대인 ‘시니어 바둑리그’는 아예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2016년부터 열렸던 시니어 바둑리그는 한국기원 총재 주관으로 이어왔지만 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개막식을 기대하긴 무리다. 더구나 3~4개 팀은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 시니어 바둑리그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개 팀이 참가했던 시니어바둑리그는(우승상금 5,000만원) 총 42경기에서 126국으로 펼쳐졌다.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포함한 현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다. 한 프로바둑 기사는 “지난해 11월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된 이후, 현재까지 바둑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미투 사태 정리는 고사하고 요란한 이벤트 기전만 열렸던 것을 제외하곤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KB리그와 여자바둑리그 등을 비롯한 기사들의 젖줄인 종합기전의 정상 운행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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